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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께 잘 말해 기업 꿈 이뤄주겠다”…靑수석 아들 입사원서에 취준생들 ‘허탈’

입력 | 2021-12-21 14:49:00


김진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아들이 기업 입사지원서에 아버지 실명을 거론하는 등 부적절한 내용을 작성했다는 의혹을 접한 취업 준비생들은 “어이가 없다”라며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21일 청와대에 따르면 김 수석은 이날 오전 즉시 사의를 표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곧장 수용했다.

앞서 MBC는 김씨가 기업체 다섯 곳에 입사 지원을 하는 과정에서 “아버지께서 김진국 민정수석입니다”, “아버지께서 많은 도움을 주실 것”, “제가 아버지께 잘 말해 이 기업의 꿈을 이뤄드리겠다”는 등 부적절한 내용을 포함했다고 보도했다.

또 김씨가 실제 졸업하지 않은 용인대 격기지도학과를 이력서에 기재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김씨는 이력서를 모두 회수하고 면접도 보지 않았다고 해명했으며, 김 수석은 “아들이 불안과 강박 증세 등으로 치료를 받아왔다”고 사과했다.

이같은 의혹을 접한 취업준비생들은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김모(24)씨는 “다른 지원자들이 억울하겠다는 생각부터 든다”면서 “요즘 나 같은 취준생들은 취업 준비를 기본 연(年) 단위로 잡는데, ‘아버지가 민정수석’이란 한 문장으로 합격하면 말이 안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요즘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저렇게 당당하다는 것도 웃길 정도로 어이가 없다”며 “이렇게라도 사회의 쓴맛을 봐서 다행이다”라고 덧붙였다.

정모(28)씨는 “무력감만 든다. 올해만 해도 수십 곳에 원서를 넣고 힘겹게 면접을 치르며 내가 부족해서 떨어졌다고 자책했는데, 이번 사태를 보니 아닌 것 같다”며 “계속 노력한다고 해도 될까 싶다. 희망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와 함께 유모(24)씨는 “이 얘기를 듣고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는 게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면서 “얼마나 거리낄 거 없이 하고 싶은 대로 살았으면 자기소개서에 대놓고 ‘아버지가 민정수석’이라고 적겠나”라고 말했다.

회계사시험을 준비중인 이모(27)씨는 “성장과정이 ‘아버지가 민정수석’이라는 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지 모르겠다”며 “취준생들은 자소서 한 줄 한 줄 얼마나 고민하며 쓰는데, 취준생 입장으로 박탈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김모(26)씨 역시 “최대한 숨겨보려고 노력하며 특혜를 요구했으면 화가 났을 텐데, 너무 대놓고 이렇게 적은 거라 특권 의식이 강한 많이 모자란 친구가 어이없는 실수를 한 것 같아 그냥 웃긴 수준”이라며 “화가 나기 보다 어이가 없다”고 했다.

아울러 서모(26)씨는 “이런 뉴스를 들으면 암담하다. 취준생들은 이력서 한 줄, 자소서 한 칸을 채워 넣으려고 며칠 밤을 새우기도 한다”면서 “정말 개탄스럽다. 이런 비리들이 싹 다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의 입사지원서가 황당하다면서도 법적으로는 문제 될 게 없어 보인다는 반응도 있었다.

원모(27)씨는 “이력서에 가족 직업을 쓰는 게 불법은 아니지 않나”라며 “자기소개를 그런 식으로 한 건 진짜 어이가 없는데 법적으로 걸리는 게 아니면 크게 상관 없다는 생각이긴 하다. 기업이 알아서 거르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뒷거래를 한 것도 아니고 자기가 당당하게 밝힌거니 엄청난 문제라고까지는 모르겠다”라며 “솔직히 나도 우리 아버지가 정부 고위 인사든지 하면 취직할 때 엄청나게 어필하고 싶을 것 같긴 하다”고 했다.

취업준비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한 커뮤니티에서는 “그냥 아들이 많이 모자란 것 같다”, “정말 해명처럼 아들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게 맞는 것 같다”, “아들 때문에 아버지 직장이 날아갔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