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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네스트, "농가와의 상생, 콤부차로 풀어나간다"

입력 | 2021-12-21 16:35:00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난 2014년, 지역 창업가 역량 강화와 창업 생태계 확산을 목적으로 설립됐으며 2021년 현재 전국에 공공 17개, 민간 2개로 총 19개의 기관이 설립돼있다. 각 지역에 설립된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역 창업과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는 허브 역할을 수행해왔으며, 지역 균형 발전에 꾸준히 이바지하고 있다. 그중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는 전국에서 최초로 출범한 센터로서 지금도 예비 창업가 및 초기 창업 기업 지원, 지역 창업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기관 프로그램 및 연계 프로그램을 내놓으며 활발히 활동 중이다. 지난해만 해도 기업 지원 391건으로 매출 1천367억 원, 투자 유치 307억 원, 신규 고용 1천111명을 창출하는 성과를 이뤄내며 대구 지역 경제 활성화에 물꼬를 트고 있다.

지난 15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는 이러한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센터가 보육한 유망기업들을 소개하는 '2021 스타트업 미디어 밋업 데이'를 개최했는데, 본격적인 사업 전개를 앞두고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내려 하는 6개 스타트업이 이날 행사에 참여했다. 이에 IT동아는 이날 만난 유망 스타트업의 얘기를 전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판매 어려운 농산물, 콤부차로 만든다

비네스트 김용훈 대표. 출처=IT동아


주식회사 비네스트는 농가에서 판매되지 못한 농산물을 활용해 콤부차 음료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콤부차는 물에 원당과 유익균을 넣어 발효시킨 음료수로, 제조 방법에 따라 다양한 과일이 들어간다. 제조 과정 중 과일을 선택하는 부분에서 농가에서 판매되지 못한 채 버려지거나, 착즙 음료 용도로 출하되는 과일을 이용해 농가 소득은 보전하고, MZ세대를 겨냥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비네스트는 청년 스타트업(새싹 기업) 대표였던 오민택 대표와 음료 제조 기업을 이끈 경력이 있는 김용훈 대표를 포함한 세 명이 2018년 3월에 사업을 시작했다.

많은 종류 중 콤부차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용훈 대표는 “처음엔 일반 음료수를 구상했지만, 건강하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자는 생각이 들어서 과일을 발효하는 방식을 선택한 끝에 콤부차를 선택했다. 창업 시기쯤 미국에서 콤부차 음료에 대한 수요가 급부상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라면서, “특히나 콤부차는 발효 과정에서 기술력이 필요하므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도 적합하다”고 답했다.

비네스트의 '채운다음' 생산 과정 요약. 출처=비네스트


제조 과정은 이렇다. 일단 녹차를 침출한 다음 착즙한 과일을 혼합한다. 그다음 효모를 넣어 발효하고 알코올이 발생할 때까지 1단계 발효를 진행한다. 그 다음 알코올을 먹는 균으로 또 2단계 발효를 진행한다. 보통 2단계 발효까지 하고 출하하면 유산균 프로바이오틱스가 생성되지만, 알코올 역시 남아있기 때문에 0.5~1% 내외의 비알콜 음료가 되고, 유효기간도 2주 이내로 짧다. 하지만 비네스트는 콤부차를 끓여 알코올을 완전히 날려버리고 프로바이오틱스를 프리바이오틱스 화 한다. 이렇게 하면 유효기간도 길어지고, 알코올에 대한 걱정도 없다.


비네스트의 콤부차는 ‘채운다음(Filldaum)’이라는 이름으로 와디즈나 해피빈 플랫폼, 11번가 등을 통해 시범 판매를 진행한 바 있으며, 첨가물 없이도 맛있는 제품이라는 입소문을 타면서 인지도를 올리고 있다. 서울 성수동을 비롯한 일반 카페 두 곳에서도 오프라인 판매를 진행 중이라는데, 커피 대신 선택하는 수요도 제법이라고 한다. 현재 사과와 유자 맛을 판매 중이며, 이후 배나 복숭아, 감귤, 청포도 등 농가 소득을 보전할 수 있도록 고부가가치면서도 맛있는 과일을 위주로 제작할 예정이라 한다.

비네스트는 콤부차를 시작으로 농가를 도울 수 있는 다양한 협업 상품을 시도할 예정이다. 출처=IT동아


이들이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콤부차’라는 흥미로운 작업에 뛰어든 계기는 무엇일까. 김 대표는 “현재는 나와 오민택 대표가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원래는 산학협력을 통해 만난 연구개발 쪽 학생 한 명도 공동 창업 멤버였다. 하지만 2019년쯤에 그 친구가 가업인 농사를 돕기 위해 빠지면서 농가를 돕는 데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도울 방법에 대해서는 “현재는 경북의 딸기 농장들과 양해각서를 체결해 사회적 가치 실현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다만 과일의 시세가 가변적이다 보니 어떻게 시세를 책정할지는 여전히 과제다. 향후 사업 규모가 커지면 과일 농산물을 직접 수매해서 농가와 소득을 나눌 예정이다”고 답했다.

지역 거점의 한계, 정부가 돕는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개최된 '2021 스타트업 미디어 밋업 데이'. 출처=IT동아


대구에 거점을 둔 기업인 만큼, 비네스트는 현재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3월에 창업의 문을 두드린 이후로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연구실, 실험실을 대여해주는 사업에 선정돼 도움을 받고 있으며, 청년고용사업장 사업화 자금 지원프로그램(아이비리그) 사업을 통한 지원도 받은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데모데이를 진행해 소셜벤처를 포함하여 정부, 기업, 비영리, 사회적 기업 등 다양한 조직들에 임팩트 비즈니스 솔루션을 제공하는 ‘임팩트스퀘어’를 통해 투자를 받기도 했다.

비네스트는 ‘소셜 미션과 건강한 밸런스 생활을 추구하는 고객을 연결하자’는 창업 목표를 갖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콤부차 라인업을 강화해서 ‘채운다음’의 팬층을 강화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고, 이후에는 샐러드 박스나 과일, 디저트 등 고부가가치를 갖춘 농산물로 사업을 확대해 고객과 농가를 이을 예정이다. 이들의 선한 영향력이 커지게 된다면 결국은 국내에 있는 모든 특산물과 관련된 농가의 소득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순환을 그리게 될 수 있다. 비네스트의 정성 어린 콤부차 한 잔에 담겨있는 선함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n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