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의 양식 문어 판매를 앞두고 과학자와 환경 보호론자들이 반발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문어가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지각 있는 존재라는 이유에서다.
보도에 따르면 스페인에 본사를 둔 수산물 다국적 기업 누에바 페스카노바(NP)는 내년 여름부터 문어 양식을 시작해 이르면 2023년부터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 양식장은 스페인 카나리아 제도의 항구도시 라스팔마스에 들어서며, 연간 목표 생산량은 3000t이다.
그동안 문어는 양식 조건이 까다로워 어획에 의존했다. 독립성이 강해 영역 싸움을 하면서 서로 잡아먹는 습성이 있고, 먹이를 먹고 뼈를 뱉어 수질 관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폐사율이 높아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NP 측은 문어 양식을 통해 “자연산 문어가 너무 많이 잡히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BBC에 따르면 2008년 이래 전 세계 문어 어획량은 연간 35만t으로 추산된다. 이는 1950년에 비해 10배가 넘는 수치다.
문어 양식이 가시화되자 반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제 동물복지단체인 CIWF는 스페인 정부에 문어 양식에 반대하는 서한을 지난 10월 보냈다. CIWF 연구원인 엘레나 라라 박사는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을 본 사람이면 알겠지만 문어는 매우 독립적이고 영리한 생물”이라며 “인지 자극이 없는 양식 탱크에선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지적했다.
문어 양식이 “생태학적으로도 건강하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뉴욕대학교 환경학 교수 제니퍼 자켓의 보고서에 따르면 육식 동물인 문어는 자기 몸무게 2~3배에 달하는 먹이를 먹어야 한다. 보고서는 “이는 사료로 소비되는 물고기 남획의 증가로 이어져 식량 안보 개선이라는 목표와 반대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짚었다.
BBC는 NP의 양식 문어는 동물복지법안에 따른 보호를 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현행 유럽연합(EU) 법안에 따르면 동물보호법은 척추동물에게만 적용되고 문어·오징어와 같은 두족류는 적용이 불가능하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