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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집값 17%가량 떨어질 것” vs “내년까지는 상승세 유지”[대담]

입력 | 2021-12-22 03:00:00

2022년 집값 전망



허진석 논설위원


《12월 중순 서울 아파트 매매가 주간상승률이 사실상 보합 수준인 0.07%까지 내려왔다(KB부동산 기준). 올해 9월 첫째 주에 0.45%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3개월 사이 시장 분위기가 확 바뀐 것이다. 8월 매매수급지수는 112.3으로 올 들어 최고치를 나타냈다. 매수 의사가 매도 의사를 압도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10월부터는 지수가 100 이하로 떨어져 팔려는 사람이 사려는 사람보다 더 많아졌다. 12월 중순 들어서는 2019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도달했다. 지방에서는 세종과 대구에서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이 이미 하락세로 돌아선 상황이다. 2019년 이후 오르기만 하던 전국 집값이 최근 주춤하자 지금이 변곡점 아닌가 하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시계획·도시사회혁신 전공)와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부동산연구팀장)을 19일 화상으로 만나 내년 집값이 어디로 향할지에 대해 대담을 가졌다. 김 교수와 송 위원은 2022년 집값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하지만 2023년 이후 집값에 대해서는 모두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을 예상했다.》

김경민 서울대 교수전국 집값 이미 변곡점 도달
금리-집값 정확히 반비례 관계
내년엔 금리 올라 하락세 예상

송인호 KDI 선임연구위원금리보다 공급량 영향이 더 커
공급 줄어 가격 일시 오를 가능성
전세가 매매값 밀어 올릴 수도
―서울 아파트 상승률이 확연히 주춤해졌다. 내년 집값의 향방을 어떻게 보나.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김경민 교수=이미 변곡점에 도달했다고 본다. 내년에는 기준금리가 계속 오를 가능성이 높아 집값 하락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까지 오를 경우 내년 말이면 서울 아파트 평균값은 17%가량 하락할 것으로 예측한다. 3개월가량 시차가 날 수는 있겠지만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가격이 하락하는 현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본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

송인호 위원=올해에도 집값은 큰 폭으로 올랐다. 내년에는 상승 폭은 줄겠지만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입주 물량 감소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내년 4월 이후 서울 아파트 공급량이 감소하면서 매매와 전세가격이 일시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또 내년 하반기 임대차 3법에 의해 갱신 계약을 했던 물량 중 상당수가 신규 계약으로 돌아서면서 전세 가격이 매매가를 밀어 올릴 가능성이 높다. 기준금리가 오르더라도 소폭으로 순차적으로 인상될 예정이어서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기준금리가 끼칠 영향에 대해 두 분의 관점이 다르다.

김 교수=금리보다 수급의 영향이 크다고들 하는데, 데이터를 보면 2019∼2020년 서울은 10년 평균치보다 더 많은 아파트가 공급됐는데도 올랐다. 이런 상황이라면 국가 단위로 영향을 미치는 유동성의 영향이 더 크다고 봐야 한다. 지금까지 금리와 집값은 정확히 반비례 관계에 있었다.

송 위원=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내년에 부동산 시장의 방향을 틀 정도의 영향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금리보다 공급량의 영향이 더 크다고 본다. 서울에 공급이 상대적으로 많았다고 말하는 시기에 집값이 주춤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다만 2023년 이후로는 금리 영향과 3기 신도시 공급량 등의 영향으로 집값이 하향세로 들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내년에는 지금까지 상승하던 관성도 있어 쉽게 하향세로 돌아서지 못할 것이다.

현재 아파트 거래량이 급속히 줄고 있다. 서울 아파트 매매는 올 1월만 해도 5700여 건에 달했지만 11월에는 1200건으로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거래량이 줄면 가격이 하락하는 징조로 풀이된다. 그런데도 일부 지역에서는 신고가 거래도 속출하고 있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최근의 거래량 감소 속 신고가 거래는 어떻게 봐야 하나.

김 교수=거래량이 준다는 것은 매도자와 매수자가 원하는 가격 차이가 커서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수자가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다는 말이다. 신고가 거래 등은 시장이 혼란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단발적인 이벤트로 본다. 집값 향방에는 거래량 감소가 의미 있는 신호라고 본다.

송 위원=대출 규제가 강해질수록 거래량은 줄게 된다. 내년 대선 이후 부동산 정책의 변화 가능성 때문에 매매를 보류하는 것도 거래량 감소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집값의 향방을 보려면 앞으로 무엇을 유의해서 봐야 하나.

김 교수=기준금리 상승 양상을 잘 봐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내년 말까지 기준금리가 1.75% 전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이 내년 3월이나 6월 이후부터 금리를 계속 올릴 가능성이 높은데, 우리는 그보다 선제적으로 더 많이 올려야 하는 여건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의 투자수익률이 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자산 가격은 낮아지게 된다.

송 위원=금리가 주택 가격을 내리는 것은 맞지만 얼마나 빨리 얼마만큼 오르느냐가 중요하다. 정책 당국이 2008년부터 금리를 급격히 인상했다가 경기가 과도하게 침체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급락할 정도로 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금리 인상 폭과 횟수가 많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대출 규제 완화가 주택 가격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서 봐야 한다. 대선과 맞물려 내년에는 대출 규제 완화 정책이 나올 수 있다. 또 공급량이 중요한 만큼 입주 예정 물량이 실제로 시장에 제대로 공급되는지도 잘 살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을 움직일 변수로는 통화량과 주택 공급량 외에 정부 정책의 변화가 있다. 여야 일각에서는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양도세 중과와 보유세 강화 등의 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금 시장 상황에 비춰 봤을 때 양도세 중과나 보유세는 어떻게 해야 하나.

김 교수=양도세 중과와 보유세 강화는 최소 1, 2년은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부 정책을 믿고 집을 판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고 이는 정책 불신을 자초하는 일이다. 이와 별개로 부동산 세제에 대한 철학적 차원의 접근과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 보유세는 어느 정도 부담을 주되, 거래세는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종부세를 포함한 보유세는 예측하기 쉽도록 해야 하고, 양도세는 세율이 지나치게 높기 때문에 조정이 필요하다.

송 위원=보유세와 양도세 강화는 중장기적으로 오히려 주택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실증분석이 있다. 결국 세금이 주택 시장 안정화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주택 관련 세제는 누구나 알 수 있도록 매우 간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주택자 보유세는 현 수준으로 유지하더라도 간소화가 필요해 보이고, 양도세는 완화할 필요가 있다.

―대출 규제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김 교수=정책담당자들은 큰 원칙을 중시해야 한다. 중산층과 서민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한다는 기조 아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기준은 한번 정하면 가급적 바꾸지 않아야 한다. 이 기준이 강화되면 집을 매입하는 계층은 부유층밖에 없게 된다. 사회적 약자에게는 보다 완화된 LTV를 적용해야 한다.

송 위원=정책은 집을 사는 것을 장려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대출 규제는 상환 능력이 있는 실수요자에 대해 대폭 완화하는 것이 옳다.

―집값이 주춤하니 내 집 마련을 염두에 두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도 복잡해지고 있다. 집을 언제 어느 가격에 사야 하느냐 하는 문제다.

김 교수=내년에 집값이 17%가량 하락하더라도 그 가격은 2020년대 초반 수준인 정도다. 코로나로 인한 0%대 기준금리에 따른 거품이 걷히는 정도다. 흔히들 집값이 하락한다고 하면 계속 크게 내릴 것을 기대하는 것 같은데, 그렇지는 않다. 증가한 소득이 집값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하락을 기대하다가는 또다시 집을 살 기회를 놓칠 수 있다. 2014∼2016년 가격은 잊고 매수 계획을 세워야 한다.

송 위원=실수요자를 포함한 청년의 경우 청약은 어느 때건 신청하는 것을 추천한다. 일부 수도권에 미분양이 나오게 될 텐데 이를 구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수도권, 특히 서울의 주요 학군을 중심으로 한 중심 지역의 실수요자는 구입할 수 있다면 내년에도 사도 괜찮다고 본다. 신규 청약 아파트가 아니라면 내년보다는 공급이 많아지는 내후년 이후를 추천한다.


허진석 논설위원 jameshu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