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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지도자에게 필요한 기후위기 인식[기고/정상훈]

입력 | 2021-12-22 03:00:00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영화에서나 보던 끔찍한 기후 재난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최근 미국에선 토네이도가 미국 중부를 쑥대밭으로 만들며 100명가량의 목숨을 앗아갔다. 6월 미국과 캐나다 북서부에선 기온이 50도 가까이 오르내리는 폭염 속에 수백 명이 숨졌다. 독일 중국 영국에서도 기록적인 대홍수로 막대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이상기후에 인류 전체가 내몰린 위급한 상황이다.

심각한 기후 재난은 경제 재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초 미국 텍사스주의 삼성전자 공장은 한파와 폭설로 한 달 넘게 문을 닫았다. 극심한 가뭄과 홍수 등 이상기후 앞에서 산업인프라는 마비 사태를 빚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이상기후가 심화하면서 경제적 피해는 점점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적 재보험중개사인 에이온 벤필드는 지난해에만 기상재해로 2580억 달러(약 300조 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달 신용평가업체 무디스는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 5000여 개 상장기업 자산의 30% 이상이 폭염과 물 문제 등 심각한 기후 위험에 처할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한국 경제의 중추인 제조업이 가장 큰 위협에 노출될 것으로 봤다. 컨설팅사인 한국 딜로이트도 기후 위기에 대응하지 않으면 한국이 2070년 약 935조 원의 손실을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 위기는 국제무역에서도 우리의 활로를 결정지을 상수가 됐다. 유럽연합은 2026년부터 탄소 배출량이 유럽 기준치 이상인 제품에 대해 탄소국경세를 부과하고, 2035년부터는 내연기관차 신규 판매를 전면 금지한다. 내연기관차를 수출하는 길이 막히는 것이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65% 감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이를 위해 2035년까지 정부의 업무용 내연기관차 구매 중단을 선언했다. 한국이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주요 국가와 보조를 맞춰 시급히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고 전기차로 변경하는 등 과감한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도 늘릴 수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는 한국이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펼치면 100만 개 이상의 일자리 순증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 과정에서 화석연료 산업의 일자리 축소는 불가피한 만큼 피해가 우려되는 노동자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 대책도 필요하다.

최근 그린피스는 주요 정당의 대선후보 캠프에 기후에너지 정책제안서를 전달하며, 기후토론회를 제안했다. 제안서에는 온실가스 감축과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강화, 석탄발전소, 내연기관자동차 퇴출 등 7가지 기후에너지정책 어젠다가 담겼다. 기후토론회가 열린다면 반드시 다뤄야 할 내용이다. 이 같은 기후토론회가 이제 대선으로 가는 필수 관문 중 하나가 돼야 한다. 대한민국의 차기 지도자를 꿈꾸는 대선 후보라면 마땅히 시대적 과제인 기후위기 대응 관련 공약을 유권자들에게 상세히 설명하고 평가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정상훈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