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책 놓고 충돌 격화
김부겸 국무총리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요구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안에 대해 “정부 정책의 신뢰가 떨어지기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에 이 후보는 전날에 이어 21일도 “제도의 시행은 다음 정부”라며 현 정부와의 협의에 끝내 실패할 경우 다음 정부에서라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이 후보가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에 이어 김 총리와도 정면충돌하면서 여권 내 부동산 세제 정책을 둘러싼 긴장감이 한껏 고조되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22일 정책의원총회를 앞두고 어느 한쪽은 반드시 치명상을 입게 되는 파국을 피하기 위해 당내 ‘워킹그룹’을 만들기로 하는 등 절충점 도출을 위한 시간 벌기에 나섰다.
○ 신구 권력 정면충돌당정은 전날 공시지가 현실화 및 보유세 동결 방침에 대해서는 의견 조율을 이뤘지만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에 대해선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 후보는 “굳이 동의가 안 된다면 몇 달 뒤 대통령 선거가 끝난 후에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정동아트센터에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의 화상 대담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김 총리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공개 반대하고 나선 것에 대해 “현 정부 입장에서는 원칙이 훼손되고 일관성에 금이 간다고 말할 수 있는데 그 점도 이해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현 정부에 제도 개선을 요청하고 입법도 시도하겠으나, 이 제도의 시행은 다음 정부”라고 강조했다.
여권 관계자는 “앞서 양보했던 전 국민 재난지원금 문제와 달리 부동산 이슈는 이 후보로서도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사안”이라며 “이 후보가 설령 이번 신구 파워게임에서 끝내 밀리더라도 ‘나는 다음 정부에서라도 꼭 하겠다’는 명분을 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워킹그룹’ 통해 물밑 조율민주당은 일단 부동산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당내 별도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하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청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자칫 당내 강경파 및 친문들까지 들고일어나 당내 갈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며 “워킹그룹 내 논의 과정을 통해 청와대와의 물밑 조율을 위한 시간을 벌어보려는 의도”라고 했다.
다만 이 후보 측은 앞으로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의 차별화 전략은 계속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 후보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 모색을 선대위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아파트 임대사업자 제도 폐지를 공식화한 바 있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도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의 24번 부동산 정책에 제대로 된 공급 정책이나 금융 정책이 없었다”며 “문 대통령도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했고 (저도) 잘못 반성하고 바꿔 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