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李 “경쟁이 전쟁 돼, 차라리 대입 추첨이 공정”… 샌델 “‘오징어게임’, 능력주의 결함 잘 보여줘”

입력 | 2021-12-22 03:00:00

‘정의란 무엇인가’ 저자 화상 대담



‘공정’ 온라인 대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1일 서울 중구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화면 속 왼쪽)와 ‘대전환의 시대, 대한민국은 어떻게 공정의 날개로 비상할 것인가’를 주제로 온라인 화상 대담을 하고 있다. 대담에는 온라인을 통해 공개 모집한 국민참여단 현장 패널 15명도 참석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 ‘공정’을 주제로 온라인 화상 대담을 했다. 21일 서울 중구 정동아트센터에서 1시간가량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두 사람은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을 언급하며 능력주의의 문제점에 대한 공감대를 나눴다.

이 후보는 “저성장 늪에 빠지면서 청년층은 기회 자체가 적어 경쟁이 전쟁이 되고 친구는 적이 되는 상황”이라며 “공정성에 대한 열망이 높아지고, 오로지 ‘시험 결과만으로 해야지 왜 소수자나 약자를 배려하느냐’는 생각에까지 빠지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샌델 교수가 저서에서 다룬 대학입학 추첨제를 언급하며 “차라리 (대학입학) 추첨제도가 더 공정하지 않겠냐는 문제 지적에 저도 공감하는 바가 많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쟁이 격화하니 소수자, 취약층의 할당제를 통으로 폐지하자는 이야기가 많다. 매우 위험한 생각”이라며 “힘든 곳은 더 많이 배려하고 더 짧은 곳은 길게 지원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샌델 교수 역시 “능력주의는 결국 평등보다는 사회 전반의 불평등을 가져왔다”며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능력주의의 결함과 체제에서 밀려난 사람들에게 주는 패배감을 잘 나타내준다”고 했다. 그는 “명문대에 입학한 엘리트층의 ‘내가 노력해서 입학했고 성공했다’는 태도는 미국에서 포퓰리즘이 유행하게 된 원인”이라며 이런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명성 있는 대학에 입학하지 않더라도 적정한 삶의 수준을 누릴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다”고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날 이 후보의 행보는 공정을 앞세워 최근 불거진 아들 관련 논란을 돌파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여당의 언급 자제령에도 불구하고 여권 인사들의 구설은 계속됐다.

민주당 현근택 선대위 대변인은 최근 불법도박 의혹이 불거진 이 후보 장남의 자산 형성 과정에 대해 “정상적인 경제활동이라면 30대 남자가 2000만∼3000만 원 돈 못 벌겠냐. 아르바이트라도 해서 그 정도는 벌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이 일었다. 현 대변인은 이날 TBS 라디오에서 “자꾸 도박과 연결시키는 것은 억측이다. (장남이) 30세인데 그동안 일도 안 하고 가만히 놀았겠냐”며 이같이 주장했다.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