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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내부 “선대위, 물건 마구 넣은 마대자루 꼴”

입력 | 2021-12-22 03:00:00

한달간 영입인사만 400명 넘어
위원회 16개… “기능 정확히 몰라”
정책개발 서로 나서며 혼선 자초
소외된 현역 의원들 불만도 쌓여



조수진 국민의힘 최고위원 겸 중앙선대위 공보단장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중앙선대위 상임선대위원장직 사퇴 기자회견 후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1.12.21/뉴스1 © News1


“지금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모습은 기능별로 잘 구분해 물건을 담은 정돈된 상자라기보다는 이것저것 마구 쑤셔 넣어 찾기조차 어려워진 마대자루와 같다.”

21일 국민의힘 한 의원은 당 선대위의 현실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준석 대표와 조수진 최고위원 간의 충돌로 선대위의 난맥상이 드러났지만 ‘매머드형 선대위’가 출범할 때부터 기능 중복과 혼선은 예상됐던 일이라는 의미다.

지난달 22일 최고위원회에서 선대위 인선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국민의힘은 연일 영입 인사를 발표했고, 그 숫자는 400명을 넘는다. “선거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들이 치르는 것”이라는 윤석열 대선 후보의 의중이 반영된 조치다. 선대위 직속 위원회만 13개에 달하고, 각 위원회 산하마다 별도의 분과를 두고 있어 야당 내부에서조차 “각 조직이 정확히 어떤 기능을 담당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여기에 후보 직속 위원회도 3개에 이르는 상황. 국민의힘 관계자는 “조직도를 그리려다 중도 포기했다”고 토로했다.

기능 중첩의 대표적인 사례는 정책 분야다. 정책총괄본부가 공약 개발의 주무로 정리됐지만 후보 비서실, 총괄상황본부와는 교통정리가 덜 된 상태다. 12일엔 선대위 코로나위기대응위원회와 정책총괄본부가 같은 내용의 공약을 발표하는 일도 벌어졌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정책을 개발해서 공약으로 내세우겠다고 하는 부서가 너무 많다”고 공개 지적하는 일도 빚어졌다.

조직이 커지다 보니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대표되는 일부 윤 후보 측근 인사들을 중심으로 결정이 내려지고, 이에 소외된 현역 의원들은 계속해서 불만이 쌓이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한 야당 의원은 “당내 의원들에게 변변한 선대위 직함 하나 내주지 않으려고 후보 주변을 가로막고 있는 일부 측근 문제가 이제야 터진 것”이라며 “당에서 개발해왔던 공약마저 선대위에서 수용하지 않으면서 당과 선대위가 ‘따로국밥’이 된 지 오래”라고 했다. 조 최고위원이 “난 윤 후보 지시만 듣는다”며 공개적으로 이 대표 면전에서 말한 것이 그 단적인 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