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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후보 하버드 교수 중국 천인계획 참여 유죄 평결

입력 | 2021-12-22 13:06:00


유력한 노벨 화학상 후보로 꼽혀 온 미 하버드대 찰스 리버 화학과장이 중국의 천인계획(千人計劃)에 참여,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천인계획은 중국 정부가 외국 과학자들을 중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추진한 정책이다.

재판 기록에 따르면 리버 교수는 하버드경찰국 사무실에서 연방수사국(FBI) 요원 두 사람에게 자신이 덜 유명한 중국 대학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중국 대학엔 돈이 많았다. 리버 교수는 “중국은 돈으로 사람을 꼬드긴다”고 했다. 리버 교수는 그러나 자신이 중국대학과 파트너를 맺은 건 돈때문이 아니라고 했다. 자신이 개발한 기술로 젊은 과학자들을 교육하면 노벨상을 심사하는 위원들에게 자신의 신망이 높아질 것을 기대했다는 것이다.

“(나를 기소한 건) 말도 안된다. 누구나 노벨상 받기를 원하는데…”

21일 2시간 45분에 걸친 심리 끝에 연방 배심원이 리버 교수가 미 정부 기관에 천인계획 참여에 대해 두차례 거짓말을 한 혐의가 있다고 평결했다. 또 중국에서 생긴 수입을 중국 은행계좌에 넣지 않고 감춘 것도 유죄로 판정했다.

중국의 천인계획에 참여한 사실 자체는 불법이 아니지만 참여한 과학자들은 미 정부에 참여 사실을 통지해야 한다. 천인계획에서 받은 돈이 이해충돌에 해당되면 안되는 것은 물론이다.

리버 교수에 대한 기소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절인 2018년에 시작된 ‘차이나 이니셔티브(China Initiative)’에 따른 수사 결과의 하나다. 차이나 이니셔티브는 과학자들이 민감한 정보를 중국에 제공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정책이다.

리버 교수의 경우처럼 과학자들에 수사는 대부분 첩보나 지적 재산권 도둑질 혐의가 아니라 중국으로부터 자금지원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것이다. 이에 대해 과도한 대응이라는 비판도 있다.

지난 여름 6건의 기소가 기각되고 본 재판에 오른 안밍 후에 대한 기소 1건도 무죄평결이 나면서 과학자들에 대한 기소가 한풀 꺽였다. 이 때문에 리버 교수 재판이 과학계의 큰 관심을 끌었다. 법무부가 다른 과학자들에 대한 수사를 계속할 지를 판단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0명의 수사 대상 과학자들을 변호하는 워싱턴의 변호사 피터 자이덴버그는 리버 교수 사건이 천인계획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하지 않았다고 답한 점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리버 박사처럼 과학자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은 겁이 나서다. 정말 유감이다. 솔직하게 말하길 겁낸다. ‘당신은 천인계획의 일원인가?’(라고 묻는다면) 그들이 붉은 광장에 있었던 건 분명하지만 사람들이 그들이 공산당원이라고는 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버 교수 변호사 마크 머케이시는 21일 종결 변론에서 정부가 적절하지 못한 부정 증거를 제시해 첨단 연구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법정의 누구도 천인계획이 무엇이고 누가 참여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한사람도 없다는 건 문제다. 리버 박사의 작업이 완전히 공적이며 세계를 위한 일인데도 그가 범죄혐의를 받는다는 건 큰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악당도 없고, 피해자도 없고, 강도당한 사람도 없고, 돈을 번 사람도 없는데 무소 특별수사관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 몇초 동안의 대화를 근거로 세계 최고의 나노학자가 여러 가지 중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차이나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기소된 과학자들 가운데 리버 교수는 가장 저명한 사람으로 하버드 화학과 겸 생화학과장에 임명됐으며 노벨상 후보로도 꼽혀 왔다.

검찰은 2008년 이래 그의 하버드대 연구실이 총 1800만달러(약 214억원)의 연구비를 미 국방부와 국립보건연구원으로부터 받아 왔다고 밝혔다.

리버 교수 사건의 쟁점에는 그가 2011년 우한기술대학교와 공동으로 출범한 연구실이 포함된다. 그의 제자 중 한 사람이 관여된 건이다. 유명학자들의 경우 외부 기관에 고용되는 일이 흔하며 이들은 해외의 민간이나 대학교와 계약을 맺고 연구년을 보내기도 한다.

리버 교수는 2012년 3년짜리 연구년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검찰이 밝히고 그가 “천인계획”의 일원으로 선발돼 월 5만 달러(약 5950만원)의 월급과 정착비 15만달러(약 1억7860만원)를 받았으며 우한기술대-하버드 나노 핵심 연구실이 150만달러의 연구비(약 17억8600만원)을 받았다고 적시했다.

2018년 차이나 이니셔티브가 실행되면서 국방부와 국립보건원 조사관들이 리버박사에게 천인계획에 참여했는지를 물었다. 일주일 이상 계속된 재판에서 배심원들은 리버 박사가 참여를 부인했다는 증인들의 증언을 들었다.

배심원들은 또 미 연방수사국(FBI)가 지난해 1월28일 오전 6시30분에 리버박사를 사무실에서 체포한 뒤 당일 진행한 심문의 동영상도 봤다.

리버 교수는 처음 변호사를 불러달라고 요청했지만 특별수사관의 질문에 세 시간에 걸쳐 답변을 했고 수사를 오도한 일부 대목을 시인했다.

당초 그는 우한대학교에서 받은 수입이나 중국 천인계획 참여 사실을 부인했다. 뒤에 특별수사관이 2011년과 2012년의 계약서 등 서류를 제시하자 읽어 보더니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더 주의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말 그러네. 문서를 보니까 기억이 난다”고 했다.

그는 우한대학교에서 받은 재정지원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그의 월급 일부는 중국은행 계좌로 지급됐고 약 5만달러에서 10만달러에 달하는 남은 돈은 100달러 지폐로 받아서 짐가방에 넣어 가져왔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 글자가 적힌 포장지로 싼 물건을 줘서 가방에 넣었다”면서 귀국해 “신고하지 않은 건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2018년 미 국방부 조사관에게 “누가 봐도 자신이 완벽하게 투명하지 않았다”고 시인하고 자신이 기소당할 수도 있음을 인지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처럼 체포될까 봐 무서웠다”고 강조했다.

배심원들이 심의를 준비하는 동안 제이슨 케이시 검사보가 배심원들에게 리버 교수가 FBI 심문에서 한 행동을 상기시켰고 “상식에 따라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피고는 2015년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게 아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는 자신이 천인계획에 참여했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현금가방을 가지고 비행기를 탔고 국세청에 신고한 적이 없다는 것을 기억하고 싶어하지 않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리버 교수 사건은 연방당국이 중국으로부터 돈을 받은 과학자들을 수사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신호여서 과학계에 충격을 던지고 있다.

리버 교수가 체포된 뒤 지난 1월 MIT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 강 첸이 미 연방자금 1900만달러(약 226억4000만원)을 받기 위해 중국 정부기관과의 관계를 감춘 혐의로 체포됐다.

리버 교수 밑에서 대학원생으로 일했고 터프스대학교에서 연구실을 이끌고 있는 브라이언 팀코 박사는 차이나 이니셔티브가 당초 첩보행위에 초점을 두는데서 벗어나 “대학 당국에서 처리할 수 있는” 공개 규정 위반까지 확대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사건이 과학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팀코 박사는 일주일 이상 지속된 재판을 방청했으며 검찰이 리버 교수의 업적을 왜곡해 속상하다고 말했다.

그는 리버 교수가 뇌나 망막과 같은 인체에 주입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작고 유연한 전자칩을 발명했다고 말했다. 이 기술이 궁극적으로 눈이 먼 사람이나 팔다리가 마비된 사람을 회복히키는 생물전자의학의 신기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찰리 박사가 전생애를 바쳐 세상을 도왔으며 과학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모든 것을 망치고 있다”면서 “그건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주 재판에 출석한 증인들은 리버 교수가 요구사항이 많은 학계 스타로서 우한측 파트너와의 관계를 조율하기 위해 애를 썼는데도 하버드대가 자신을 적극적으로 방어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불평했다고 했다.

리버 교수는 중국의 다른 연구소에 있는 동료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중국의 많은 ‘친구들’을 결코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이들이 나를 이용하는 걸 막을 것이다. 그렇지만 예의는 지켜야 한다”고 썼다.

그는 2018년 국방부와 국립보건원 조사관들이 그의 천인계획 참여여부를 묻기 시작했을 때부터 겁을 먹었다.

그는 중국인 동료에게 “(연구에 필요한) 내 자금을 차단하는 것은 물론 지난 3년 이상 동안 내 연구에 지원된 돈을 반환하라고 협박하고 있다”면서 “나를 싫어하는 중국의 누군가가 국립보건원에 신고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체포된 당일 FBI 특별수사관과의 대화에서 리버 박사는 과학자들의 삶에서 국제적 자금지원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설명했지만 외국 파트너와의 관계는 처음 생각만큼 명확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초기엔 누군가가 ‘이런 자리와 돈, 여행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다른 건 생각할 필요도 없다고 말하지만 파트너는 항상 무언가를 요구한다”고 설명했다.

“많은 나라들이 돈말고 가진 게 없다”면서 “중국이 사람들을 유혹한 것도 돈”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별수사관들에게 명성에 대한 욕심도 우한의 파트너와 그곳에서 과학자들을 훈련하게 된 이유라고 덧붙였다.

“나는 젊은 바보였다”면서 “내가 이룬 일을 인정받고 싶었다. 모두가 인정받고 싶어한다”면서 고등학교 레슬링 선수인 아들 일을 떠올리곤 노벨상이 “일종의 올림픽 메달과 같은 것이다. 대단히 받기 힘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들이 최근 동메달을 받았다면서 자조적인 웃음과 함께 “내가 이 일을 벌인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