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설원 속 에델바이스처럼… 힘겨운 날에도 멈추지 않는 ‘사랑의 노래’

입력 | 2021-12-23 03:00:00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 메시지
에델바이스 꽃말 ‘소중한 추억’…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어
모두가 힘겨웠던 올 한해였지만, 사랑과 추억 가득한 성탄 되기를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고 있는 새에덴교회 천사소리합창단. 새에덴교회 제공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처음으로 교회에 갔다. 예배가 끝나고 2부 장기자랑 시간이 있었다. 처음 교회를 나간 터라, 아는 찬송가도 없고 해서 ‘오동잎’이라는 대중가요를 불렀다. 만약에 당시 담임목사님이 “교회에서 어떻게 유행가를 부를 수 있느냐”며 면박을 주거나 야단을 쳤다면 아마 내 성격에 더 이상 교회에 나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담임목사님은 “어떻게 그렇게 노래를 잘 하느냐, 성가대를 하면 잘 하겠다”고 칭찬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교회 처음 나간 날 강단에서 다리를 떨며 ‘오동잎’을 불렀다는 게 스스로 조금 너무하다 싶었다. 그래서 그 다음 주일에는 아주 품격을 갖춰 ‘에델바이스’라는 노래를 불렀다. 그러자 아이들이 동경의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 후에 ‘문학의 밤’을 준비하면서 평소에 문학적 소질이 있었던 나는 인기를 얻게 됐고, 중고등부 학생회장까지 하게 됐다. 그리고 하나님의 소명을 받아 신학교에 가서 오늘의 목사가 됐다. 그러니 ‘에델바이스’는 내 인생에 결코 잊을 수 없는 추억의 꽃이요, 향수가 깃든 시와 노래다.

실제 에델바이스의 꽃말은 ‘소중한 추억’이다. 저 알프스 산이나 히말라야의 하얀 설원 속에서 앙증맞게 피어나는 에델바이스를 상상해 보라. 얼마나 신비롭고 아름다운 꽃인가. 혹한의 코로나19가 아무리 우리 인생의 꽃대를 흔들어도 사랑과 희망의 에델바이스를 피워낼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운 삶이겠는가.

성탄절이 다가오고 있다. 성탄절 하면 따뜻하고 향기로운 추억들이 떠오르곤 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성탄 캐럴, 산타클로스 할아버지…. 그런데 올해 역시 오미크론 확산으로 코로나19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성탄절은 더더욱 애절하고 가슴 절절한 성탄절이 될 것 같다.

한 해 동안 살아온 우리의 삶을 뒤돌아보면 얼마나 아슬아슬하고 힘겨웠는가. 그래도 그 위기의 순간마다 우리를 지켜주신 하나님의 사랑을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하고 간직해야 한다. 그 사랑의 마음을 담아 아기 예수께 소중한 추억의 에델바이스 꽃을 피워드려야 한다. 그럴 때 아무리 코로나가 우리를 힘들게 해도 꽃보다 아름다운 성탄절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2022년 새로운 희망을 열어갈 것이다.

오늘 우리 모두 혹독한 코로나 빙하기에 성탄절을 맞아 아기 예수께 에델바이스라는 하얀 순결의 꽃을 피워 드리자. 성탄절이 암울하고 우울하게 느껴질수록 평강의 왕으로 오신 아기 예수께 하얀 에델바이스 꽃을 피워드리며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자. 동방박사들은 사막을 지나고 강을 건너고 붉은 고원의 언덕을 넘어 말구유에 누우신 아기 예수께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드렸지 않는가. 그들이 베들레헴으로 올 때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과 상처를 입었겠는가. 그러나 그들도 상처보다 깊은 사랑의 연가를 아기 예수께 드렸고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아기예수께 바치며 에델바이스꽃을 피웠다.

나 역시 코로나19의 한복판에서 예장합동 총회장을 하고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대표회장을 하면서 많은 비난과 상처를 받았다. 그러나 저 히말라야의 설원에서 피어나는 한 송이 에델바이스처럼, 나의 모든 상처와 아픔을 사랑과 용서, 화해와 평화의 에델바이스로 꽃피우려고 하였다. 상처보다 깊은 사랑의 아리아를 부르고 또 불렀다.

도종환 시인의 시처럼,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며, 비에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겠는가. 비록 코로나19의 바람에 흔들리고 차가운 비에 몸이 떨릴지라도, 끝끝내 우리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소중한 사랑과 추억의 에델바이스를 꽃 피우자. 다시, 꿈과 희망을 노래하자. 까까머리 고등학생 시절에 불렀던 에델바이스 노래를 개사해서 불러보고 싶다. “에델바이스 에델바이스 주님과 나와의 추억 / 따스하고 포근한 그 사랑 나의 마음 녹이네 / 주님을 몰랐던 지난 날 슬프고 힘든 밤 / 그러나 주님은 내게 오셔서 내 손을 잡아 주셨네.”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