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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중환자 입원 제한’에 우왕좌왕…의료진 “부담 가중”

입력 | 2021-12-22 15:10:00


정부가 부족한 중환자 병상을 확보하기 위해 코로나 중환자라도 증상 발현 후 20일이 지나면 일반 중환자 병상으로 옮겨 치료받도록 하는 지침을 내놓자 의료현장에서 우왕좌왕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급증하는 위중증 환자로 피로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지침까지 더해져 방역 최전방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2일 의료계의 의견을 종합하면 ‘빅5’ 대형병원들은 지난 17일부터 시행된 정부의 지침을 현장에 적용하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코로나 중환자는 전원(다른 병원으로의 이송) 자체가 힘들 정도로 위중한 경우가 많고, 일반 중환자실 병상으로 옮겨지면 비코로나 중환자가 시의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이유다. 상급종합병원인 빅5는 암 환자 등 중증 환자가 상대적으로 많다.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는 입원한 지 20일이 지난 코로나 중환자가 10여 명 입원해 있지만, 아직 일반 중환자 병상으로 옮겨지지 못하고 있다. 이 병원 관계자는 “대상자의 절반 정도는 호흡기를 달고 있어서 전원이 어렵고, 나머지 환자들의 경우 원내에 병상이 없어 전원이 가능한 병원들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병원 관계자는 “격리해제된 코로나 중환자가 일반 중환자실 병상으로 옮겨지면 일반 중환자실 운영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고, 다른 병원으로 옮기려 해도 해당 병원도 여력이 없어 수용이 어렵다고 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20일이 지난 중환자들을 증상 유무와 상관 없이 일반 중환자실로 옮기는 것은 환자별로 상태가 제각각인 의료 현실과 괴리돼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20일이 지났다고 해서)환자를 무작정 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전원 갈 병상이 구해질 때까지 일단 대기 중”이라고 했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들 사이에선 “환자마다 상황이 다른데, 일률적으로 적용이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다.

세브란스병원도 애초 정부의 지침대로 중환자실에 입원한 지 20일이 지난 코로나 확진자를 22일까지 모두 일반 병상으로 옮기기로 결정했지만, 결국 실행에 이르지 못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20일이 경과된 코로나 중환자들이 모두 중증이여서 당장 (일반 중환자실로) 옮길 수 있는 환자가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 후 자가 호흡이 어려울 정도로 악화돼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위중증 환자 치료에는 인공호흡기, 에크모(ECMO·인공심폐기) 등의 장비가 필요하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코로나 중환자실 입원 20일 제한’ 지침 시행을 연기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학회는 “현재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은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동원으로 인해 비코로나19 중환자 병상 감소가 심각하고 집중치료가 계속 필요한 코로나19 격리해제 중환자의 치료를 전담할 병원이나 병상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의료현장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해당 조치의 연기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회는 위중증 환자라도 증상 발현 후 20일이 지나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크게 줄어 추가로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면역저하자 등 일부 중환자의 경우 감염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박성훈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대한중환자의학회 홍보이사)는 “위중증 환자의 경우 몸 속에서 바이러스가 배양되지 않아 전염력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인체의 면역력을 낮추는 면역억제제를 먹거나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가 감염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코로나 중환자실 입원 20일 제한’ 지침을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급증하는 위중증 환자로 업무에 과부하가 걸린 의료진이 전원 명령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코로나 중환자 보호자를 납득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이유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2일 0시 기준 위중증 환자 수는 1063명으로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박 교수는 “중환자를 담당하는 현장의 의료진들은 환자 전원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호자들까지 설득해야 하는 이중고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