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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 썰매 탈 수 없게 되나…‘위기의 루돌프’

입력 | 2021-12-22 15:57:00

지난 20년간, 북극 순록의 개체 수 56% 감소
지구온난화로 인한 ‘순록 아사’ 多
핀란드 기후변화위원회, 홍수와 강수량 증가 경고



ⓒGettyImagesBank


“루돌프 사슴 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 

성탄절의 상징 루돌프 ‘순록’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기온이 치솟으면서 지난 20년 동안 순록의 개체 수가 절반 가까이 줄은 것이다.

21일(현지시간) 영국 더미러에 따르면 ‘산타의 고향’인 핀란드 최북단 라플란드의 평균 기온은 19.3도로 1844년 관측 이래 가장 높았다. 평소 하절기 동안 영하 50도까지 내려갔던 기온이 영하 20도~0도를 웃돌면서 눈이 아닌 비가 내려 ‘겨울의 동물’인 순록이 곤경에 처한 것이다. 

라플란드 순록은 영하 30도 이하의 기후에서 서식하는 포유류로 주로 눈을 헤쳐 이끼 등을 뜯어먹는다. 또 땀샘이 없고 1년 내내 두꺼운 단열층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따뜻한 날씨에 적응하기 힘든 동물이다.

날로 상승하는 기온에 결국 대다수의 순록은 먹이를 구하지 못해 아사하거나 몸집이 작은 새끼들은 폐사하고 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국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북극 순록의 개체 수는 56% 감소했다.

라플란드 순록 목동협회장인 안나는 “순록들이 배고파서 굶어 죽는다”며 “원래 11월 중순부터는 눈이 쌓여서 눈썰매를 운영하는데 지금은 얼음밖에 없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기후변화 문제를 다룬 COP26의 회의가 암담했다”며 “정치인들은 이미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깨닫지 못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동물전문가들은 기후 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갖지 않는다면 머지않아 순록을 동화 속의 동물로만 기억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역 관광 사업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핀란드 기후변화위원회(Finnish Climate Change Panel)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홍수와 강수량 증가에 대해 경고했으며 관광업으로 유명한 라플란드의 중심지인 로바니에미가 가장 큰 위험에 처했다고 전한 바 있다. 

핀란드 중부 오울루 대학의 카리나 테르보 칸카레 박사는 눈에 의존하는 관광업들에 “극심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들 산업이 북쪽 끝으로 밀려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지혜 동아닷컴 기자 onewisd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