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사진작가 어윈 올라프 亞최대 규모 ‘완전한 순간…’展 소통 단절된 개인들의 감정 조명
어윈 올라프의 ‘만우절_오전 9시 45분’(2020년)은 팬데믹에 따른 감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그는 “스튜디오에서 뉴스를 듣는데 이메일도, 전화도 오지 않는 단절된 상황 속에서 두려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수원시립미술관 제공
푸른 드레스를 입고 가지런히 두 손을 모은 소녀가 몸을 틀어 정면을 바라본다. 앳된 얼굴과 달리 조숙한 분위기를 풍긴다. 17세기 네덜란드 초상화가 요하네스 코르넬리스 페르스프롱크의 ‘푸른 드레스를 입은 소녀’(1641년)다. 주로 검은 드레스를 입은 인물들을 그린 작가가 밝은 색으로 표현한 몇 안 되는 초상화다. 300여 년 전 그림 속 인물의 표정과 자세는 네덜란드 사진작가 어윈 올라프(62)에게 영감을 줬다. 그의 사진작품 ‘희망 5’(2005년)에서 재탄생한 소녀는 그림보다 한층 공허한 눈빛을 띠고 있다.
올라프는 2019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레이크스뮤지엄에서 고전회화 12점과 자신의 사진작품을 나란히 전시했다. 14일 개막한 수원시립미술관의 ‘어윈 올라프: 완전한 순간―불완전한 세계’는 당시 레이크스뮤지엄에 출품된 작품을 포함한 116점을 통해 그의 40년 작품세계를 조명한다. 아시아에서 개최된 올라프 전시들 중 최대 규모다.
올라프는 최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개인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소통이 단절돼 있고 슬픔이 가득하다. 사람의 감정을 충실히 조명하고 싶다”고 밝혔다. 비 내리는 창밖을 배경으로 공허한 표정의 인물들을 담은 ‘비’ 시리즈(2004년)나 내면의 슬픔이 스며 나오는 순간을 표현한 ‘비탄’ 시리즈(2007년)가 대표적이다. 그는 “사회가 개인화되면서 욕구는 하나뿐이다. ‘나를, 나의 본모습을 봐 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원=김태언 기자 bebor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