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회, 오세훈 시장 공약 예산 삭감… 3조 규모 ‘코로나 지원금’ 편성 요구 시 “지나치게 과도한 규모” 난색… 연말까지 처리 안되면 ‘준예산 사태’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서울시와 시의회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44조 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 처리가 불발됐다. 연말까지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지난해 예산에 준해 편성하는 ‘준예산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시의회는 22일 본회의를 열고 예산안을 제외한 안건을 상정해 처리했다. 원래 법정 처리 시한은 이달 16일이었지만 서울시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심사를 22일로 미룬 것이다. 하지만 시와 시의회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본회의 처리는 하지 못했다. 이번 예산안 갈등은 시의회가 서울시의 예산을 대거 삭감하면서 시작됐다. 시의회는 오세훈 시장이 공약으로 내세운 ‘서울런’ 사업을 비롯해 안심소득, 청년대중교통지원, 서울형헬스케어 등의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반면 시가 줄인 교통방송(TBS) 출연금, 마을공동체 사업 예산 등은 증액했다.
양측의 갈등은 의회가 3조 원 규모의 ‘코로나19 생존지원금’ 편성을 요구하면서 정점에 다다랐다.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최근 시에 소상공인·중소기업 손실보상금 1조5000억 원 등 코로나19 생존지원금을 3조 원 규모로 편성할 것을 요구했다. 정부가 편성한 자영업자 손실보상액(2조4000억 원)보다 더 큰 규모다. 김인호 의장은 22일 본회의 시작에 앞서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고통받는 시민과 소상공인을 위해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했다.
갈등이 계속 이어질 경우 준예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사업 추진이 어렵고 최소한의 경비로 재정 운영을 해야 한다. 의회가 정례회 회기를 27일까지 연장한 만큼 조율을 통해 연내에 예산안이 처리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