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방안이 발표된 가운데 지난 20일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노래방에서 업주가 텅 빈 매장을 방역하고 있다. 2021.12.20/뉴스1 © News1
# 대전 중구에서 20년 가까이 국밥집을 운영하는 A씨(64·여)는 동네에서 ‘억척사장님’으로 불린다. 몇년 전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하루 매출이 얼만디 문을 닫아유”라며 삼일장을 치르자마자 바로 가게 문을 열 정도로 장사에 몰두했다. 하지만 지난주말 장사를 끝으로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식당 출입문에 ‘무기한 휴업’이라는 종이 한 장 붙이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지난 2년을 참고 견뎌왔는데 또다시 밤 9시까지만 영업하라는 정부 방침에 ‘난방비도 못 뽑을 정도로 다니는 사람이 없는데 뭔 장사’라는 울컥한 마음으로 내린 결정이지만 오히려 홀가분하다고 털어놨다.
최근 정부가 음식점의 영업시간을 밤 9시까지로 제한하는 등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아예 영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음식점의 경우 직장인들이 오후 6시 퇴근 후 소주 한 잔 곁들인 술자리가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밤 9시에 문을 닫으라는 정부의 방침은 “사실상 장사를 하지 말라는 의미”라며 항의성(?) 휴업을 택하고 있다.
23일 대전지역 소상공·자영업계에 따르면 음식점·주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무엇보다 정부의 오락가락 방역정책에 매우 분노하고 있다.
차라리 일정 수준의 거리두기 정책을 꾸준히 이어왔으면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영업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항변했다.
서구 관저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B씨(51)는 “송년회 모임 등을 대비해 고기를 잔뜩 주문했는데 예약이 줄취소되면서 거래처 사장님한테 잔뜩 욕만 먹었다”라며 “다니는 사람도 없고 매출도 바닥이다. 이번 주말부터 새해 연휴까지 가게 문을 닫고 좀 쉴 계획”이라며 씁쓸해했다.
실제, 자영업자들은 지난 11월 위드코로나 시행으로 희망을 잠깐 맛봤다.
하지만 12월 전망 BSI는 85.4로 전월 대비 2.2p 하락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정부가 역대 최고 강도의 사회적거리두기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며칠 동안 가게 문을 닫을 수 있는 자영업자들은 그나마 처지가 나은 것이라는 반응도 있다.
대전 중구 한 전통시장에서 가방·벨트 판매점을 운영하는 C씨(52·여)는 “매출이 없어도 너무 없다. 최근 3개월 매출이 한달 가겟세도 안 된다”라며 “통장 잔액이 점점 줄어 그만두고 싶다. 하지만 벌써 1년째 들어올 사람을 구하지 못해 한숨만 쉬고 있다”고 푸념했다.
이같은 상황은 비단 음식점뿐만이 아니다.
국내 유명 화장품 브랜드 방문판매(이하 방판) 대리점을 10년 넘게 운영해온 E씨(53)도 코로나19 직격탄을 제대로 맞았다.
한때 40명에 가까운 방판사원을 거느리고 승승장구했던 그는 현재 달랑 5명의 직원으로 버티고 있다. 매출은 두말할 나위 없이 수직 하강했다.
최근 업종전환을 결정했다는 E씨는 “코로나가 결코 핑계가 되지 않는 현실이다. 체질 개선에 나서려는 본사의 압박이 심하다”라며 “무엇보다 비대면 소비가 대세가 된 상황에서 예전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라며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자신을 보험컨설턴트 10년차라고 밝힌 F씨(57·여)는 “몇 년 전부터 영업환경이 점점 안 좋아지긴 했지만 지난 2년간 정말 최악이었다”라며 “이미 트렌드가 (비대면으로) 바뀌었다. 미련 없이 접고 전업주부로 돌아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많은 자영업자들이 무엇이든 해보려고 본업과 관련이 없는 다른 것을 해보기도 한다.
옷가게에서 건강식품을 팔기도 하고, 미장원에서 마스크를 팔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것이 활로나 대안이 될 수 없다.
2년 가까이 이어지는 코로나19 상황과 생존을 위협하는 강화된 사회적거리두기 현실 속에서 자영업자들은 일시적 휴업 또는 그저 무작정 오지 않는 무언가를 기다리는 선택 속에서 또다시 신음하고 있다.
(대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