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 장기화로 인테리어 열풍이 거센 가운데 집 안 분위기를 밝힐 프리미엄 조명이 핵심으로 떠올랐다. 사진은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허먼 밀러 ‘버블램프’, 루이스폴센 ‘PH2/2 퀘스천마크’, 섹토디자인 ‘옥토 4240’, 플로스 ‘스누피 램프’. 이노메싸, 더콘란샵, 루이스폴센 제공
북유럽의 겨울은 유독 길고 어둡다. 이맘때 해는 오후 3시만 되면 넘어가버린다. 기나긴 밤을 집에서 보내야 하는 이곳 사람들은 집 안 가득 다양한 조명으로 햇빛을 대신한다. 친구들과 부엌에서 소박한 요리를 나눠 먹을 때도, 거실에서 가족과 보드게임을 즐길 때도 따뜻한 조명 빛이 이들의 공간과 마음을 환하게 밝혀준다.
한국도 최근 조명이 인테리어 핵심으로 떠올랐다. ‘집콕’ 장기화로 인테리어 열풍이 몰아친 가운데 올겨울도 집에서 보내야 할 시간이 길어져서다. 이달 사회적 거리 두기가 다시 강화되면서 지난해 겨울과는 다를 거라 기대했던 이번 연말도 집에서 소소하게 보내게 됐다. 백화점에는 이노메싸, 더콘란샵 등 프리미엄 조명 브랜드들을 한데 모아둔 리빙 편집숍들이 속속 입점하며 인기를 모으고 있다.
루이스폴센 PH스노우볼 이노메싸, 더콘란샵, 루이스폴센 제공
북유럽 사람들이 따뜻한 조명에 기대 긴긴 겨울을 나듯 다가오는 연말연시 우리도 조명의 힘을 빌려 보는 건 어떨까. 가구를 대대적으로 바꾸지 않더라도 탁상용 스탠드, 천장에 매단 조명 하나로 집 안 분위기를 아늑하고 편안하게 바꿀 수 있다.
밋밋한 공간을 ‘빛’으로 채우다
천장에 매다는 ‘펜던트 등’ 은은한 빛으로 아늑함 연출
멋스러운 스탠드 조명, 침실-거실 어디에나 잘 어울려
독특한 디자인-화려한 색상 ‘인테리어 소품’ 역할 톡톡 펜던트 등 하나로 보다 아늑하게
천장에 매다는 펜던트 등은 집 전체를 부드럽게 밝히는 데 일조한다. 은은하게 퍼지는 조명 빛으로 보다 아늑한 분위기 연출이 가능하다. 1874년에 설립된 덴마크 조명 브랜드 루이스폴센의 ‘PH 아티초크(Artichoke)’는 펜던트 등의 대표 주자다. 국화과 식물을 닮은 독특한 모양 덕에 브랜드를 상징하는 제품이 된 이 조명은 어떤 각도에서 봐도 눈부심 없이 은은한 빛을 내는 게 특징이다. 72개 이파리가 달린 듯한 형태는 치밀한 수학적 계산으로 설계됐으며 빛을 안팎으로 고르게 분산해 편안한 느낌을 준다. 너비와 길이 모두 48cm에 이르는 크기로 텅 빈 공간에 무게감을 더하기도 좋다.
미국 가구 브랜드 허먼 밀러의 ‘버블 램프’도 은은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제격이다. 약 70년 전 선보인 버블 램프는 당시 브랜드 디자인 디렉터이던 조지 넬슨이 제작했다. 가벼운 강철 프레임 위에 불투명한 플라스틱 소재로 마감해 부드러운 빛을 내는 펜던트 등이다. 가로 89cm 큰 사이즈부터 45센티 작은 사이즈까지, 타원형부터 구, 호리병 모양까지 다양하게 출시된 디자인을 혼합 배치함으로써 감각적인 연출도 가능하다.
이탈리아 지중해 햇살을 끌어오다
북유럽만큼이나 뛰어난 조명 브랜드들을 배출한 곳은 다름 아닌 이탈리아다. 이탈리아에서 온 테이블 램프를 더해 따사로운 지중해 햇살을 방 안 가득 끌어오는 건 어떨까.
로베르토 질라니가 1994년 설립한 조명 브랜드 슬램프를 대표하는 테이블 램프 ‘피오렐라’는 빛과 그림자 양면으로 방 안을 수놓는다. 피오렐라를 구성하는 화려한 조각들은 벽을 수많은 꽃잎 그림자로 장식한다. 조각은 특히 빛을 반사하는 소재로 공간을 더 화사하게 만들 뿐 아니라 꽃잎이 햇빛을 받아 빛나는 모습을 연상케 한다.
이탈리아 브랜드 올루체의 ‘아톨로’는 슬램프가 등장하기 이전 혁신적인 테이블 조명의 대명사로 먼저 자리 잡은 제품이다. 비코 마지스트레티가 디자인한 아톨로는 출시 2년 후인 1979년 이탈리아 산업 디자인전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원뿔과 반구를 조합한 기하학적 모양이 특징이며 금색과 검정색 등 두 가지 색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높이 50cm인 중간 사이즈는 209만 원에 판매된다.
또 다른 이탈리아 조명 브랜드 플로스는 1962년에 설립돼 전 세계적으로 애호가들을 거느리고 있다. 그중 스누피 램프는 인테리어에 재미난 포인트를 줄 수 있어 대표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름 그대로 캐릭터 스누피를 형상화한 디자인으로 검정색 전등 갓 부분과 하부를 받쳐주는 흰색 대리석이 잘 어우러져 거실이나 침실, 어느 공간에나 존재감을 나타낸다. 3년 전 스누피 탄생 50주년을 맞아 선보인 스페셜 에디션은 기존 제품과 달리 전등 갓을 매트하게 마감해 더욱 고전적인 느낌을 준다.
낮에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
한낮이라고 해서 조명이 쓸모없는 건 아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밝아지는 다채로운 디자인은 인테리어 소품으로 톡톡히 기능하기 때문이다.
인테리어에 고급스러움을 극대화하는 조명으로 루이스폴센의 ‘PH2/2 퀘스천마크(Questionmark)’를 빼놓을 수 없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폴 헤닝센이 1931년 디자인한 제품으로 물음표 끝에 꽃이 달린 듯한 모양이 특징이다. 황동색 뼈대와 오팔 화이트 색 전등 갓이 어우러져 클래식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올해는 90년 전 원형을 완벽히 복각한 버전으로 한정 수량 출시됐다.
루이스폴센의 또 다른 간판 디자이너 베르너 팬톤이 만든 ‘판텔라’는 지금까지도 가장 사랑받는 디자인 중 하나다. 1971년 처음 선보인 이후 크기와 용도를 달리하며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어 집 안 곳곳을 밝히기에 좋다. 플로어 램프, 테이블 램프는 물론 USB로 충전해 어디서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휴대용 램프까지 구색을 넓혔다. 올해 새로 선보인 판텔라320은 지름 32cm 제품으로 기존보다 실용성을 높인 제품이다.
덴마크 리빙 브랜드 앤트레디션이 선보인 플라워팟은 심플한 형태지만 통통 튀는 색깔로 인테리어에 포인트가 된다. 마찬가지로 베르너 팬톤이 1969년 디자인한 플라워팟은 크기가 서로 다른 플라스틱 소재 반구체 두 개를 조합한 모양이다. 노랑, 빨강 등 선명한 색깔 덕에 부엌은 물론 침실, 거실 등 어느 공간에도 따뜻한 생기를 부여한다. 펜던트 조명, 테이블 램프, 플로어 램프 등 다양한 라인으로 출시됐다.
핀란드 조명 브랜드 섹토 디자인은 장인들이 수작업한 자작나무 전등 갓이 특징이다. 밤에 조명을 켜면 벽이나 바닥에 부챗살처럼 촘촘한 전등 갓 그림자가 비쳐 운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하고, 낮에는 조명의 형태만으로도 인테리어 소품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독서등으로 활용도 높은 ‘섹토 4220’과 펜던트 등인 ‘옥토 4240’이 대표적이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