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의 유해를 조금 더 빨리 찾았더라면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렸던 형수님의 한을 풀어드릴 수 있었을 텐데 너무 슬프고 목이 메입니다.”
6·25 전쟁에 참전했다가 숨진 고(故) 박동지 이등상사의 남동생인 박희만 씨(69)는 생전 고인을 그리워하던 형수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은 23일 경기 파주의 유가족 자택에서 ‘호국의 영웅 귀환행사’를 열었다. 6·25 전사자 발굴 유해 중 181번째로 신원이 확인된 박 이등상사의 유해를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행사였다.
국군 제1사단 12연대에 배속된 박 이등상사는 전쟁 중에 사망했다. 하지만 주검은 수습되지 못했고, 박 이등상사의 아내는 ‘6·25 전쟁에 참전해 전사했다’는 소식만을 전해 듣게 됐다.
천주교 신자였던 아내는 혹여나 남편이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가졌다. 매일 벽에 걸어둔 고인의 군복 입은 사진을 바라보고, 기도하며 평생을 살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19년 9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유해가 발견된 건 아내가 세상을 떠나기 전인 2012년이다. 하지만 유전자 분석 기술의 한계로 고인의 신원이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올해 다시 실시한 유전자 검사에서 박 이등상사임이 확인됐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