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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내몰린 자영업자 대출 887조…1년새 110조 급증

입력 | 2021-12-23 17:51:00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발표를 앞둔 15일 서울의 한 식당에 번창을 위해 지인이 선물한 1천원짜리 액자가 벽면에 걸려 있다. 테이블은 텅 비어있다. 2021.12.15/뉴스1 © News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며 자영업자 대출이 1년 새 110조 원 넘게 불어 900조 원에 육박하고 있다. 실물 경제에 비해 집값이 가파르게 뛰면서 부동산 부문의 금융불균형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악화해 ‘부동산 거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3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887조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110조1000억 원(14.2%) 불어난 규모다. 특히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여가서비스업과 도소매업의 자영업자 대출이 1년 전보다 각각 20.1%, 12.7% 늘어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업황이 좋지 않아 자영업자들이 그만큼 대출을 많이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빚이 가파르게 쌓여 가고 있는 가운데 3분기(7~9월) 부동산 부문 금융취약성지수(FVI)도 100으로 1996년 1분기(1~3월) 이후 가장 높았다. 이 지수는 실물 경제와 비교했을 때 부동산 가격이 얼마나 고평가돼 있는지를 0~100의 범위에서 보여준다. 올해 1분기(1~3월)부터 3개 분기 연속 역대 최고치인 100을 찍고 있다. 올해 들어 부동산 가격이 그만큼 빨리 상승했으며 ‘부동산 거품’도 크다는 것을 뜻한다. 고평가된 부동산 시장은 예상치 못한 위기가 닥쳤을 때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경제에 충격을 줄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2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빚을 지고 있는 자영업자는 역대 최대인 257만 명을 넘었다. 1인당 평균 3억5000만 원의 빚을 안고 있는 셈이다.

23일 한국은행의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며 올해 9월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차주는 257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한은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이후 가장 많다. 지난해 말(238만4000명)보다 9개월 간 18만8000명 늘었다. 1인당 대출금은 3억5000만 원으로, 비(非)자영업자(9000억 원)의 약 4배에 이른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과 확진자 증가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다시 강화되면서 자영업자 대출의 부실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한은은 내년 3월 말 소상공인을 위한 대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조치가 끝나면 자영업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지원 조치가 계속될 때보다 2.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다는 뜻이다.

특히 한은은 “폐업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자영업자 부채가 계속 쌓이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매출 충격에도 불고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금융 지원 등으로 지난해 자영업자 폐업률(11.3%)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2.7%)보다 떨어졌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자영업자들이 폐업 시기를 미루면서 생계비 등으로 추가 대출을 받는 악순환도 나타나고 있다”며 “내년 기준금리가 또 오르면 이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900조 원에 육박하는 자영업자 대출 외에도 국내총생산(GDP)의 82%를 차지할 정도로 부풀어 오른 부동산 금융이 내년 경제 정상화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9월 말 현재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는 1667조1000억 원으로 명목 GDP 대비 82.5%였다. 2019년 말(72.8%)보다 9.8%포인트 높아졌다.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는 부동산담보대출 주택연금 등 금융기관·보증기관의 부동산 관련 대출과 부동산펀드 리츠 등 부동산 관련 금융투자 상품에 투자된 돈을 합한 것이다.

가계의 실물 자산 비중도 미국과 일본의 2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우리나라 가계의 총자산 대비 실물자산 비중은 64%로 미국(29%), 일본(38%) 등 주요국보다 높다”며 “가계의 실질소득이 크게 감소할 경우 실물자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면서 주택 가격 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