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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서 실종된 아들, 어느날 전화와서 “메리 크리스마스”

입력 | 2021-12-23 18:12:00


최근 미국에서 한 여성이 리비아에서 실종된 아들의 생사를 6주 만에 간신히 확인했다.

22일(현지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사는 사라 에스피노사는 지난 11월9일 리비아에서 연락이 두절된 아들이 비자 문제로 억류된 것 같다며, 아들의 송환을 위해 백방으로 노력 중이다.

그러나 리비아 당국과 원활한 소통에 지장이 있어, 현재 에스피노사는 아들의 안부를 파악하는 것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지난 21일 가까스로 닿은 전화에서 아들은 불안정한 목소리로 “미안해, 나 이만 가야 해.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말을 남기고 울음을 터뜨렸다.

에스피노사는 아들이 평소에 절대 울지 않는 성격이라며, 아들의 신변에 대한 걱정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해당 연락은 튀니지 미 대사관이 리비아 당국과 협의한 끝에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에스피노사의 아들은 모험을 좋아하는 29세 미국인으로, 미 해군에서 4년간 복무했다. 2012년에 전역한 아들은 외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7년간 약 47개국을 여행했다.

지난 10월 초 리비아에 간 아들은 트리폴리 소재 마터스국제학교(ISM)에서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실종 직전 그는 리비아 남서부 우바리 사막에 오아시스를 보러 갔다고 알려져 있다.

아들은 사막 여행 중 비자가 만료돼 지난 11월9일 경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공항에서 구류된 것으로 추정됐다. 아들이 출국 전 발급 받았던 비자는 한 달 기한으로 지난 11월5일 경 만료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에스피노사는 아들의 미 해군 복무 기록이 문제를 심화시켰을 것이라 주장했다.

아들과 함께 일하던 한 동료 교사는 “그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아는 이가 아무도 없다”라며 “우리는 그가 체포돼 감옥에 갔다는 식의 어렴풋한 이야기 밖에 들은 게 없다”라고 했다.

에스피노사는 학교에 문의를 해봐도 돌아오는 것은 대사관에 전화하라는 말뿐이었다며 비통함을 드러냈다.

에스피노사의 아들 신변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현재로선 자세히 밝힐 수 없다”라며 “리비아에 미국 시민이 구류된 사실은 인지하고 있다”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단순히 비자 문제로 취한 조치라기엔 그 정도가 과하다며 리비아 당국을 비난했다.

최근 극도로 불안정한 리비아 정세는 에스피노사를 더 조급하게 만들고 있다.

2011년 중동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인 ‘아랍의 봄’ 이후, 리비아에선 무아마르 카다피의 독재 정권이 무너졌다. 이에 따라 10년간 무정부 상태로 내전과 혼란을 이어오던 리비아는 내년 1월 대선을 치를 예정이다.

선거를 전후해 리비아 국내 정세가 불안정해질수록 에스피노사 아들의 거취는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에스피노사는 연말까지 아들을 무사히 송환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