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의 혀’ 같은 측근과 사적 라인들이 선대위 유명무실화, 리스크 대응 혼선 초래 불알친구 사무총장 포함 측근 다 경질하고 부인 논란도 강도 높게 사과해야
이기홍 대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21일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인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와 화상 대담을 했다.
‘샌델 카드’는 사실 윤석열 캠프 내부에서 올 6월 논의됐던 것이다. 독일 노동개혁의 상징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 카드도 거론됐다. 우물 안 개구리 586정권과의 대비 효과를 노린 것이다.
그러나 윤 캠프에서는 이런 구상이 흐지부지됐고, 아이디어가 새 나간건지 우연의 일치인지, 이재명이 선점했다. 두 캠프의 실행 능력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어, 그래도 문재인처럼 꽉 막히지는 않았네’ ‘생각보다 유연하네’ 이미지의 확산을 노리는 것이다. 세금을 줄여주고 현금을 안긴다 해서 문 정권에 대한 분노가 변하지는 않지만 문재인에서 이재명이 차츰 분리되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
반면 윤석열은 허우적이며 벼랑으로 향하고 있다. 지금 10%포인트 이상 앞서도 여권의 돈 풀기, 네거티브가 계속되면 선거 때는 박빙이 될 텐데 벌써부터 역전당하는 추세다.
특히 자영업 계층 지지율이 급속도로 뒤집혔다. 윤은 11월 3주 54%에서 한 달 만에 35%로 떨어지고, 이재명은 30%에서 45%로 치솟았다(한국갤럽). 역대 대선에서 자영업 지지율 1위 후보가 항상 이겼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된다.
윤이 급락한 원인은 삼척동자도 안다. 부인 리스크와 내부 갈등으로 헤매느라 정책적 어필을 못 하고 한 달을 보냈다. 대장동 핵심 실무자들의 자살은 ‘그 분’의 존재를 부인할 수 없게 암시하는, 여당 후보를 그로기로 몰고 갈수 있는 대형 이슈인데도 전투력을 상실한 야당은 다 놓쳐버린다. 자영업 지원 50조는 윤석열이 먼저 꺼냈는데 실제 열매는 이재명이 챙겨가고 있다.
윤 후보 옆에서 힘을 얻은 얼굴들을 나열해 보라. 하나같이 공격형이다. 동시에 날렵하게 윗사람이 원하는 것을 미리 준비해서 논리 정연하게 보고할 것 같은 이미지다. 입의 혀는 주인에겐 싹싹하고 날렵하지만 타인에겐 칼이 되어 결국 주인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
특히 대선, 지방선거를 앞둔 시기 당 사무총장에게 어떤 힘이 실릴지 모를 사람은 없다. 그러기에 더더욱 암탉이 병아리 모으듯, 남의 집 병아리도 내 새끼 하며 품고 조직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그런 자리에 검사 출신 불알친구를 앉혔다.
아무리 유능한 인재여도 최전방 돌격수, 저격병, 전략참모, 지휘관 등등 최적의 쓰임새는 다 다르다. 유신말기의 차지철, 이회창의 7인방 등 최측근 논란을 방치하면 결과는 항상 참담했다.
윤 후보 주변은 그러지 않아도 초등학교 동창들이 포진해 있다. 게다가 수십 명의 전직 법조인들이 역할 분담까지 해서 움직인다는 소문도 파다하다. 사조직이 움직이면 선대위가 유명무실해진다.
그리고 부인이 직접 국민 앞에 나서서, 세간의 예상을 몇 배 뛰어넘는 진솔한 강도로 사과해야 한다. 남편이 정계에서 은퇴할 때까지 비즈니스는 물론 배우자에게 요구되는 필수적 역할 이외에는 절대 나서지 않을 것임을 약속해야 한다.
조국 정경심과는 질적 양적으로 비교 자체가 안 되는 사안이라고 억울해해선 안 된다. 조국을 비롯한 좌파들과 달리 윤석열에게 있어 공정·정직은 거의 유일한 자산이다. 티끌만 한 흠이라도 감싸는 모습을 보일 때 다른 이의 중범죄보다 더 큰 실망을 안겨줌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이 회초리 5대 때리고 싶을 때 스스로 100대를 때려야 리스크를 탈출할 수 있다. 이번 사태로 이준석은 그릇의 크기를 드러냈다. 전략팀장 깜인지 CEO 깜인지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다. 그럼에도 이준석과 함께 가는 것 외엔 정권교체에 방법이 없다.
모든 결정은 선대위에서만 이뤄진다고 선언하고 후보와 김종인이 매일 대면이든 원격이든 머리를 맞대야 한다. 후보 의견인지, 김종인 의견인지 구분이 안 되는 통일된 전략, 통일된 입장만 세상에 나오도록 해야 한다.
어제 이재명과 이낙연이 만났다. 원팀 분위기가 점점 공고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야당은 누가 우승 상패 수상자로 나설지 다투면서 자살골만 넣고 있다.
다른 대선 때는 패자에게 동정론이 일었지만, 만약 사적 관계의 수렁에서 허우적이다 패한다면 만고의 역적으로 지탄받을 것이다. 한 개인의 패배로 끝나지 않는다. 국가 운영의 본질과 무관한 어이없는 덫에 걸려 나라의 미래가 바뀐다면 이렇게 기막힌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이기홍 대기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