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
벌써 연말이 다가와 많은 사람이 한 해를 마무리하기 위해 바쁠 것이다. 올해도 작년과 다름없이 코로나19로 인해 때로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이 그리울 때가 많았다. 개인적으로 필자에게 있어 올해 가장 의미 있는 순간은 아이의 출산이었다. 이 과정에서 느낀 한국만의 독특한 출산과 산후조리 문화를 내 고향인 몽골 등과 비교해 보고자 한다.
가장 신기했던 것은 ‘태몽’에 대한 높은 관심이다. 한국 사람들에게 태몽은 아주 중요한 것 중 하나인 듯하다. 모두가 “태몽이 뭐야?” “누가 태몽을 꿨냐” 등 다양한 질문을 임신부와 주변 가족들에게 한다. 비슷한 문화가 다른 나라에도 있긴 하지만 한국처럼 임신부에게 하는 단골 질문은 아닌 듯하다.
둘째, 산후 음식 종류가 많지 않다. 대표적으로 많이 먹는 음식이 미역국인데, 병원에서 하루 세 끼 내내 미역국을 먹는다. 이는 국내에서 출산 경험이 있는 외국 친구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필자 또한 평생 먹을 미역국을 출산하며 다 먹은 기분이다. 몽골의 경우 출산 후 보통 고기가 들어가는 국 요리를 많이 먹는다. 또 수술해서 아이를 낳을 경우 수술 끝나고 두서너 시간 후면 음식 섭취가 가능하고 그때 먹는 요리 또한 고기가 들어간 요리가 많다.
마지막으로 특히 놀란 점은 많은 병원과 조리원이 아이와 산모의 공간을 분리시킨다는 것이다. 다른 차이는 가벼운 문화 차이로 볼 수 있지만 이 부분은 무척 아쉽게 느꼈던 부분이었다. 대부분 의료시설의 경우 신생아보다는 산모에게 더 많은 편의를 봐주고 있는 것 같다. 특히 많은 산모가 몸조리를 위해 산후조리원에서 적게는 일주일, 많게는 몇 주 동안 아기와 함께 보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산모가 신생아실에 아기를 맡기고 수유시간 때만 잠깐 아이를 보곤 했다.
출산 후 건강 문제가 없다면 누군가 나를 도와주는 기간만큼은 온전히 아기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라 조리원에 있는 기간 동안 최대한 신생아실을 이용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주변에서 “조리원은 천국인데 왜 이렇게 힘들게 애를 보세요? 어차피 집에 가면 힘들지 않나요” 같은 말을 많이 들었다. 맞는 말일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 온 지 얼마 안 된 신생아를 남의 손에 맡긴다는 게 다소 마음에 걸렸고 모유를 주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물론 조리원에서도 산모가 원하면 아기를 얼마든지 곁에 데리고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은 출산 후 체력을 회복하기 위해 신생아실 이용을 더 선호하고 있지 않나 싶다. 비록 조금 힘이 들고 서툴 수도 있지만 출산 후 바로 모자가 함께하면 좋은 다양한 이유와 함께 모유수유의 장점에 대해 더 많은 홍보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출산을 치르고 느낀 가장 큰 바람 중 하나는 한국의 병원과 산후조리원에서 아기를 엄마와 함께할 수 있도록 시스템적으로 지원과 격려를 아낌없이 베풀었으면 하는 것이다. 세상에 엄마 품만큼 따뜻하고 좋은 곳이 어디 있겠나. 이를 신생아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벗드갈 몽골 출신·서울시립대 행정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