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서 “정권교체 위해 선택” 언급… “당시 野, 생각 다른 사람 포용못해” 1980년대 민주화운동 두고도 “주체사상 등 수입한 이념 사로잡혀”
“광주, 4차 산업혁명 거점으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손 올리고 있는 사람)가 호남 방문 이틀째인 23일 오전 광주 북구 인공지능 집적단지 조성 공사 현장을 찾아 진행 상황을 살피고 있다. 윤 후보는 “광주가 4차 산업혁명의 거점도시가 돼야 한다”며 “기반이 잘 구축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것들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했다. 광주=뉴스1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3일 광주 전남을 찾아 “부득이하게 국민의힘을 선택했다”고 말해 전날에 이어 또다시 실언 논란에 휩싸였다. 윤 후보는 22일 전북에서도 “극빈 생활을 하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른다”고 해 사회적 약자를 폄하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윤 후보는 이날 전남 순천에서 열린 전남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저도 정권교체는 해야겠고 민주당에는 들어갈 수 없었기 때문에 부득이 국민의힘을 선택했다”고 했다. 호남 민심에 호소하다 나온 발언이지만 “부득이하게 입당했다”는 표현이 당 대선 후보로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선 경쟁자였던 홍준표 의원은 “처갓집 비리가 결정적 변수가 되는 판에 이직도 미몽(迷夢)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당 탓을 하다니”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이에 대해 “제가 정치를 시작하면서 아홉 가지 생각이 달라도 정권교체의 뜻이 같으면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며 “당시 국민의힘은 아홉 가지 생각이 다른 분들을 다 포용할 수 없는 정당이었다“고 해명했다. 윤 후보는 자신의 잇따른 실언 논란에 대해 “상대 진영에서 마타도어(흑색선전)를 한 것” “(발언의) 앞뒤 잘라서 말하면 왜곡”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윤 후보가 이날 문재인 정부 일부 인사를 향해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한 분들도 있지만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따른 민주화운동이 아니고 우리나라 밖에서 수입한 이념에 사로잡혀 민주화운동을 한 분들과 같은 길을 걸은 것”이라고도 했다. 윤 후보는 ‘수입한 이념이 무엇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남미의 종속이론도 있고, 북한에서 수입된 주체사상도 있다”고 했다. 현 정부 인사들의 이념적 경직성을 비판하려는 취지라는 해석과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폄하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함께 나왔다.
윤 후보는 부동산 세금과 관련해 2022년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겠다고 공약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주택 보유세 산정 시 올해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걸 검토하기로 한 데서 더 나아가 공시가격이 낮았던 2년 전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것. 윤 후보는 또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를 통합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율 적용을 한시적으로 최대 2년까지 면제해 주택 매각을 촉진하겠다고 했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는 취득세를 없애는 방안을 비롯해 취득세를 전반적으로 낮추겠다는 약속도 했다.
광주·순천=윤다빈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