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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朴 진심어린 사죄 필요” 윤석열 “朴 건강 회복하길”

입력 | 2021-12-24 12:30:00

박근혜 전 대통령. 동아DB


정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을 발표한 24일 정치권에서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대체로 말을 아끼면서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다. 국민의힘 측에선 “환영한다”는 기본 입장을 보이면서도 ‘정치적 술수’라는 비판도 내고 있다.

與 “대통령 고유의 권한…존중한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송영길 대표는 24일 오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대통령 특별사면 발표 후 서울시 영등포구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본부장단회의 모두발언에서 “문 대통령의 심사숙고 과정을 거쳐 결정한 이번 사면은 대통령 고유의 헌법적 권한”이라며 “민주당은 이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앞서 공식 발표가 나오기 전 입장을 유보했던 이재명 대선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 통합을 위한 고뇌를 이해하고 어려운 결정을 존중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다만 “지금이라도 국정농단의 피해자인 국민에게 박 전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죄가 필요하다”며 “현실의 법정은 닫혀도 역사의 법정은 계속된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최근까지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시기상조”라며 뉘우침도 없고, 반성도 하지 않고, 국민에게 사과도 하지 않은 상태라고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한편, 송 대표 측 관계자는 청와대가 이번 사면과 관련해 송 대표와 사전에 입장을 조율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野 “환영…국민대통합 위해 노력”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 특별 사면에 환영했다.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환영한다. 국민의힘은 국민대통합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두 문장이 담긴 짧은 공식 논평을 냈다.

윤석열 대선 후보도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입장 발표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은 늦어졌지만 환영한다”며 “건강이 안 좋으시다는 말씀을 들었는데 빨리 건강을 회복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검찰총장 당시 형 집행 정지를 불허했는데 입장이 바뀌었나’라는 질문에 “제가 불허한 게 아니라 형 집행 정지 위원회에서 검사장은 그 법에 따라야 하므로 위원회의 전문가 의사들이 형 집행 정지 사유가 안 된다고 한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 복권·복당 여론이 있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는 “일단 (박 전 대통령이) 건강을 회복하시는 게 우선이다. 너무 앞서가는 것보다”라고 말을 아꼈다.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사면은 본인(박 전 대통령)을 위해선 자유의 몸이 됐으니 좋은 일”이라며 “문 대통령의 결단에 일단 경의를 표하는바”라고 말했다.

다만 정치적으로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이날 언론과의 통화에서 “(대선과 관련해)큰 영향을 미친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별 영향 있으리라 생각하진 않는다”며 “박 전 대통령도 정권교체가 돼야 한다는 데는 일치된 견해를 갖고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뉴시스


“이석기 가석방-MB제외 정치적 술수”

야당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술수’라는 비판도 나온다. 권성동 사무총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특별사면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두 분(이명박·박근혜) 다 전직 대통령이고 병환 중이기 때문에 사면을 하려면 같이 해야 한다”며 “결국 야권의 분열을 노린 민주당과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인 술수”라고 말했다.

또 “(이 전 대통령이 제외된) 두 번째 이유는 문 대통령이 가장 정치적으로 신세를 진 김경수 전 경남지사”라며 “김 전 지사가 입을 열면 어떤 정치적 파장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준표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며 “정치 수사로 탄핵 당한 대통령을 임기 내내 감옥에 가두어 놓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보복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정치수사로 가두어 놓고 이제 와서 퇴임을 앞두고 겁이 났던 모양”이라고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어 “이번에 두 전직 대통령을 또 갈라치기 사면을 해서 반대 진영 분열을 획책하는 것은 참으로 교활한 술책”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역시 “(박 전 대통령 사면 소식이) 사실이라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나 형 집행정지도 꼭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했다. 안 후보는 사면 발표 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같이 밝히며 “두 전직 대통령 중 한 분에 대해서만 사면과 석방이 이뤄진다면 그것은 이석기 가석방 물타기용이자 야권분열책으로 오해받기 십상팔구”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 정무수석을 지냈던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청와대가 박 전 대통령 사면을 통해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우리 야권에서 해결해야 할 몫”이라고 했다.

김 최고의원은 박 전 대통령 사면 소식에 “진심으로 환영한다. 늘 마음 한구석을 짓누르고 있던 바윗돌이 치워지는 느낌”이라며 “현직 대통령을 탄핵으로 끌어내려 온갖 모욕을 준 다음 4년 8개월 동안 감옥에 가둬놓은 비정하고 잔인함에 치를 떨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스스로 역사와의 화해를 시도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페이스북을 통해 밝혔다.

과거 범여권으로 분류되던 정의당의 심상정 대선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의 사면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보도자료를 통해 “박근혜 구속은 단지 한 사람의 중대범죄자를 처벌한 사건이 아니라 우리 시민들께서 대한민국 대통령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수립한 역사적 분기점”이라며 “대통령 개인의 동정심으로 역사를 뒤틀 수는 없는 일이다. 적어도 촛불로 당선된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해서는 결코 안 될 사안”이라고 했다.

한지혜 동아닷컴 기자 onewisd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