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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이계 ‘반발’속 친박계는 ‘단합’ 주문…朴 사면에 국힘 속내 복잡

입력 | 2021-12-24 13:24:00

24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 관련 뉴스를 시청하고 있다. 2021.12.24/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의 24일 특별사면을 바라보는 국민의힘의 속내가 복잡하다.

보수당 출신 전직 대통령 사면에 일단 “환영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으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면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옛 친이(친이명박)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갈라치기”라는 거센 반발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한 윤석열 대선 후보의 ‘책임론’이 보수 표심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는 가운데 ‘탄핵의 강’에 다시 빠질 순 없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이양수 중앙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환영한다”며 “국민의힘은 국민 대통합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한 국민의힘의 첫 공식 입장으로 35글자의 매우 짧은 분량이다.

내부에선 박 전 대통령 사면을 반기면서도 이 전 대통령이 제외된 데 대한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선대위 종합지원총괄본부장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2.23/뉴스1


친이계 출신인 권성동 사무총장은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해 “만시지탄 감이 있지만 환영한다”면서도 “두 분(이명박·박근혜) 다 전직 대통령이고 고령에 병환 중인데, 한 분(박근혜)만 사면한 건 야권 분열을 노린 정치적 술수”라고 비판했다.

옛 친이계인 조해진 의원도 YTN 라디오에서 “문재인 정권이 한 분은 사면하고 한 분은 안 해서 야권 진영을 갈라치기 하는 전술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여러 차례 말했는데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며 “헌법이 부여한 사면권을 선거전략용으로 쓰는 건 문제”라고 했다.

대표적 친박인 김재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청와대가 박 전 대통령 사면을 통해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건 우리 야권에서 해결해야 할 몫일 뿐”이라며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단합을 강조했다.

친박으로 분류되는 김진태 전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보수분열이 아니라 보수통합의 밀알이 되도록 우리가 잘해야 한다”며 “이제 나라를 정상으로 돌려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가 수사한 박 전 대통령 사면이 탄핵 이슈 재부상과 함께 대구·경북(TK)과 강성 보수층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저쪽(정부·여당)이 수를 참 잘 쓴다”며 “우리가 역전 흐름을 타는 상황에서 사면을 하면 국민들은 ‘박 전 대통령이 나오면 윤 후보랑은 어떻게 되나’, ‘박 전 대통령이 뭐라고 할까’, ‘윤 후보가 박 전 대통령을 집어넣었었지’라는 혼란에 빠진다”고 말했다.

당장 강성 친박으로 분류되는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통화에서 “윤 후보의 ‘빈곤층은 자유를 모른다’거나 ‘민주당에 들어갈 수 없어서 국민의힘에 들어왔다’는 망발은 우파 후보로서 자격이 없다”며 “국민의힘엔 친박은 없고 ‘도박’(도망간 친박)밖에 없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면 국면을 활용, 친박계 지지층 결집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국회 당대표실 앞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1.12.24/뉴스1

반면 이준석 대표는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재차 고개를 숙이며 박 전 대통령과 차별화를 꾀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시 한번 당 대표로서 국정농단 사건으로 국민께 실망을 안겨드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 당 전신인 새누리당이 입법부로서 충분히 견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송구하다”며 “윤 후보를 통해 만들고자 하는 차기 정부에선 절대 그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혁할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 사면이 대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뿐더러 오히려 보수 결집을 이뤄내는 촉매제가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 사면이 대선에 영향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며 윤 후보의 수사 책임론에 대해선 “직책상 (수사를) 한 거지 일부러 한 건 아니다. 그 자체를 갖고 책임론을 거론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당장은 강성 친박에서 윤 후보에게 책임을 묻는 퍼포먼스가 있겠지만 결국 박 전 대통령의 명예회복을 위한 정권교체로 귀결될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 윤 후보를 직접 지지하지 않더라도 측근을 통해 ‘대한민국 정상화’와 같은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12.24/뉴스1

윤석열 후보는 이날 당사에서 기자들을 만나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은 늦었지만 환영한다”며 “건강이 안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빨리 회복하길 바란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 복권조치로 인한 복당 여론’을 묻는 말엔 “일단 건강을 먼저 회복하시는 게 우선”이라고만 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