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입장을 받아 적은 유영하 변호사의 수첩. 뉴스1
“참모들도 (사면이) 어떤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몰랐다.”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에 대해 “참모들 간에 토론도 없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을 포함한 대다수의 청와대 참모들이 미리 알지 못한 채 문재인 대통령의 결정에 의해 이뤄졌다는 의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측 역시 “사전 교감 등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한 여권 인사는 “박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결정적인 배경 중의 하나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文, 朴 건강상태 보고 받고 사면 결심
당초 문 대통령은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4월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 등을 만나 “두 분 다 고령이고, 건강도 안 좋다고 해서 안타깝다”고 했고 5월에는 “국민 통합에 미치는 영향, 사법정의, 형평성, 국민 공감대를 생각하면서 판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결심을 굳힌 문 대통령은 이달 중순 경 김진국 전 민정수석 등 소수의 참모들에게 사면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지시했다고 한다. 이후 문 대통령의 뜻이 민정라인을 통해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 전달됐고, 법무부는 사면심사위원회 마지막 날인 21일 박 전 대통령의 사면 안건을 논의한 뒤 청와대에 결과를 보고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마지막 순간까지 고뇌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결단 과정에 대해 “그동안 대통령이 여러 의견을 들었기 때문에 참모들 간 토론을 통해 결정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 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의 사면 제안 등 그간 정치권에서 계속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 문제가 거론됐던 만큼 이미 충분한 찬반 의견 수렴은 끝냈다는 의미다.
법무부, 사면심사위서 표결로 결정
문 대통령의 결단과 별개로 사면 결정은 사면심사위에서 내렸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사면심사위는 21일 오후 2시 30분 시작됐고, 오후 4시 30분 경 사면심사위원장인 박 장관이 입장했다. 박 장관은 심사위원들에게 박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특별사면을 안건으로 올리겠다고 밝힌 뒤 심의 절차를 시작했다. 사면심사위는 법무부 장관, 차관을 포함해 검찰국장, 대검찰청 공판송무부장 등 정부 인사 4인과 대학교수, 변호사 등 외부 인사 5인 등 총 9인으로 구성된다.
9명의 심사위원 중 일부는 조만간 박 전 대통령이 책을 출간하겠다고 밝힌 점 등을 이유로 사면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고 한다. 그러나 박 장관은 심사위원들에게 의료진으로부터 전달 받은 소견서를 토대로 박 전 대통령의 악화된 건강상태를 설명하면서 위원회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