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의 역사/마틴 반 크레벨드 지음·김하현 옮김/364쪽·1만8000원·현암사
영국 경제를 모델링하기 위해 1949년 개발된 ‘모니악(MONIAC)’ 컴퓨터. 인류는 샤먼, 점술가부터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미래 예측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한계에 부닥쳤다.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
영화 ‘테넷’과 ‘백투더퓨처’, ‘터미네이터’의 공통점. 미래를 미리 내다볼 수만 있다면 온전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다는 믿음을 전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선사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샤머니즘의 존재에도 투영돼 있다. 샤먼들은 춤이나 환각제 등을 통해 일상의식을 벗어난 상태에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고 여겨졌다. 별이나 동물의 뼈, 장기 모양을 보고 점을 치는 행위도 마찬가지. 현대에 들어서는 샤먼이나 점쟁이의 역할을 과학자나 인공지능(AI)이 대신하고 있다. 과연 미래를 예측하는 건 가능할까? 그리고 바람직할까?
전쟁사학자로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인 저자는 이 책에서 미래를 예측하고자 한 인류의 다양한 시도를 들여다보고 있다. 그에 따르면 미래를 내다보는 방법은 역사가 순환 반복된다는 관점과 그렇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관점으로 크게 나뉜다. 예컨대 사마천 사기 등 동서양 고전들에서 현재와 유사했던 과거를 찾아 해답을 구하는 방식이 전자에 해당한다. 과거와 현재에 이르는 추세를 연구하고 이를 미래에 적용하는 ‘외삽법’이나, 모순을 통한 정반합의 변화를 추적하는 ‘변증법’은 후자에 속한다. 진화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는 일종의 외삽법을 이용해 인간의 폭력성이 갈수록 줄었다는 결론을 내리고 인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한다. 반면 헤겔의 변증법 전통을 이어받은 마르크스는 자본주의 모순이 불러올 계급투쟁의 혼란을 예언했다.
16세기 프랑스 예언자 노스트라다무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