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회―2021년 독자들의 감상
올해 4월 영국 작가 윌리엄 호가스의 ‘선거의 유머’로 시작한 ‘그림이 있는 하루’가 스페인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의사와 함께 있는 자화상’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주말마다 그림 한 점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감상하는 시간을 마련해보자는 마음으로 이 시리즈를 시작했는데요. 올해가 가기 전에 놓치지 말고 소개하고 싶었던 것이 있습니다. 바로 독자 여러분들이 그림을 보고 남겨 준 댓글 입니다.
누구나 처음 그림을 마주하면 당황스럽고 막막한 기분이 듭니다. 그러나 ‘무언가를 알아야만 볼 수 있다’는 부담감을 내려놓고 마음을 열면 그림을 통해 내면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그런 내면의 이야기들을 남겨준 독자 여러분들의 댓글 중 일부를 모아 소개하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 에드바르 뭉크 ‘아픈 아이’
“가장 아픈 기억을 그리면서 수없이 누이와 어머니와 자신의 유년기를 되살리는 작업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만의 삶의 원동력이었을 듯하다” jbh9****(네이버)
“회피하고 싶은 아픔도 피하지않고 돌파구를 찾아낼 때 자신을 지켜낼 수 있고 또 다른 아픈 사람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리라고 생각합니다.” qkdh****(네이버)
○ 프리다 칼로 ‘디에고와 나’
“위대한 예술가는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다” wam0****(네이버)
○ 아실 고르키 ‘엄마와 나’
“안타깝고 아름답습니다. 엄마의 유언을 간직하여 약속을 이룸도 아름답고 고향의 빵냄새와 달의 모습 붉은 꽃을 작품으로 승화시킨 모습도 아름답습니다.” coby****(네이버)
“아르메니아가 참 아름다운 소국이고 주변에서 침공을 많이 당한 슬픈 사연이 많은 나라라고 들어서 이 그림의 사연이 더 애잔하네요. 되돌릴 수없는 엄마와 유년기의 추억을 화폭에 담았지만 외로움 상실감이 가득 묻어있어 슬프네요.” jbh9****(네이버)
○ 클로드 모네 ‘카미유 모네의 죽음’
“첫 번째 그림은 지치긴 했어도 평온해 보인다. 얼굴을 감싼 차갑고 날카로운 터치는 주변의 상황, 병자를 바라보는 가족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 듯 하고 환자는 오히려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평온함이 느껴진다.” kopi****(네이버)
“십몇 년 전 시립미술관 모네전을 보면서 아름답고 서정적인 그림에도 매료 되었지만 가족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도 좋았고 아내의 죽음의 상실감, 그리고 어른이 된 딸의 모습에서 아내의 모습을 보는듯한 그림들의 그 쓸쓸함이 슬프면서도 공감되고 좋았다.” zlzl****(네이버)
“저도 같은 경험이 있는데 아내의 죽음을 직감하는(산사람의 온기를 잃어가는) 서늘함과 생각회로에 지진이 난다고 표현해야 될까요? 죽어가는 모습을 인정하기 싫은데 인정해야 되고 인정하기 위해 직시해야하는 안타까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모네의 감정 색 같아 그림을 보면서 저도 울컥하네요.” poge****(네이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다는 것은 마치 눈보라가 바람과 엉켜 휘몰아쳐 뚜렷한 사물이 그 속에 파묻혀 더 이상 볼 수 없는 것 이죠” gaea****(네이버)
“몇 년 전 오르세 미술전 때 본 그림. 너무 슬퍼 그림 앞에서 한참을 떠날 수 없었던 그림.
어떻게 그림에서 그런 생생한 슬픔을 느낄 수 있던지…” 데이지(다음)
○ 프란시스코 고야 “의사와 함께 있는 자화상”
“그림 속 등장인물들의 시선이 다 다릅니다. 죽어가는 고야가 아닌 다른 곳을 다소 멍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의사와 무표정하게 고야의 얼굴 아래쪽을 바라보는 사제의 모습이 고야에 대한 사랑의 강도와 진정성, 또는 무심한 등장인물들의 직업적 의무감을 보여주는 게 아닐까요?” sigo****(동아닷컴)
“고야의 오른쪽 위로 기분 나쁜 유령이 웃는 듯한 모습은 나로 하여금 모든 죽음이 평화롭지만은 않은, 저승에 가면 두고 보자는 그런 사람들이 마음속에 혼란스럽게 공존하는 우리 인간의 삶과 같다고 봅니다.” yay2****(다음)
“스페인 프라도미술관에서 고야의 ‘개’를 보았습니다. 모래폭풍이 밀려오는 가운데 파묻혀 얼굴만 내놓은 개는 죽음만 기다리는 모습이었는데…이런 그림을 그리던 암흑시기에 주위를 둘러싼 어둠의 인물들 가운데도 의사 아리에타는 희망을 주었군요.” tige****(네이버)
‘영감 한 스푼’ 연재 안내
‘영감 한 스푼’은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창의성의 방식’에 대해 다루는 컨텐츠입니다.
우리는 미술관에 가면 창의성이 샘솟기를 기대하지만, 보기만 해서 무언가를 떠오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이에 ‘영감 한 스푼’은 국내 미술관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창의성의 사례들을 소개합니다.
이를테면 ‘이건희 컬렉션’에 전시된 이응노 작가가 어떻게 자신의 예술 세계를 세상에 입증했는지를 작품을 통해 자세히 알아보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작가들은 어떻게 기존에 없던 길을 만들어 내는지, 현실을 사는 우리는 여기서 어떤 팁을 얻을 수 있는지를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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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