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두 번의 연재를 통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따른 소비자 피해 우려와 해외 경쟁 당국이 통합을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해 알아 봤습니다.
▶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해외승인 ‘감감무소식’…왜?①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1207/110661410/1
▶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해외에선 어떻게 바라볼까?②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11211/110735172/1
이번 세 번째 시간에는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처한 상황, 조건부 승인이 이뤄질 경우 이에 따른 우려 등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대한항공에게는 유럽이나 미국 등 해외 경쟁 당국이 아무 조건 없이 통합 승인을 내주는 것이 최선일 겁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과거 해외 경쟁 당국들이 항공사 통합 승인을 해주면서 △운수권과 슬롯, 게이트 반환 △노선 운항 감축 △항공사들과의 협력 관계 해제 등을 요구하고, 이를 받아들이면 결합 승인을 해주겠다는 이른바 ‘조건부 승인’을 내준 전례에 비춰 조건부 승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습니다.
● “1+1=2 가 아닐 수도”
앞서 시리즈에서 살펴본 대로 해외 경쟁당국이 조건부 승인을 요구했을 때가 문제입니다. 대한항공이 이를 수용해 기업 결합 승인을 받을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슬롯(공항에서 특정 시간대에 운항을 할 수 있는 권리)이나 운수권, 공항 게이트 반납, 노선 운영 횟수 감축, 항공사끼리의 협정 및 동맹 탈퇴 등의 제한을 받는 다는 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자산을 내주는 것과 같습니다. 국가로 치면 국부 유출인 셈이죠. 항공사들로서는 사업 범위와 규모가 줄어들 수도 있는 문제입니다. 한 예로 김포~하네다와 인천~몽골 노선 등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독점 노선입니다. 바르셀로나, 파리, 런던, 로마, 시카고, LA 노선 등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으로 인해 노선 점유율이 50%가 넘게 되는 노선이 30여개가 넘습니다.
2021년 10월 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결합 심사 진행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동아일보DB
문제는 이럴 경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효과가 기대한 것 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데 있습니다. 1+1이 2 또는 그 이상이 돼야 하는데, 1+1이 1.5가 돼버릴 수도 있는 겁니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합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결합 발표 이후 산업은행과 향후 경영 계획을 담은 ‘PMI 계획’을 맺으면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를 위반하면 5000억 원의 위약금을 물기로 약속도 했고요. ‘인위적’이라는 말의 정의가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만, 노선 운항이 대폭 줄어들 경우엔 기존 인력을 재배치 또는 조정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사업 범위가 줄었는데 인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건 기업에게 큰 부담입니다. 대한항공으로서는 복잡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일 텐데요. 자연 퇴사자를 기다리거나 기존 계약직(촉탁) 근로자들과의 계약 연장을 하지 않거나, 신규 채용을 최대한 줄이는 등의 방법으로 인력 조정을 할 수는 있을 겁니다. 또한 비행 횟수 및 시간에 따라 수당을 받는 운항 및 객실 승무원들의 경우 근무 시간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자칫 통합이 신규 채용 및 고용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부분입니다.
●양대 노조의 ‘제 3자 지위 획득 가능성’
이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일부 노동조합은 일자리 및 고용, 근무 환경 등에 영향을 주는 통합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양사 노조가 통합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은 건 없습니다만, 많은 걸 내주면서까지 통합을 해야 하느냐는 의견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에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노조가 기업 결합 과정에 있어서 ‘제 3자 지위’를 획득할 가능성도 점쳐 집니다. ●“결정 된 것이 없다”는 한국 공정위
그렇다면 한국 공정위의 입장은 어떨까요? 공정위는 공식적으로 “아무것도 결정 된 바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연내에 결합에 대한 판단을 내리겠다고는 한 상태이지만, 업계에서는 ‘연내 심사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해외 경쟁 당국의 심사가 아직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 공정위는 해외 경쟁 당국의 심사 결과를 보고, 결합 승인에 대한 의견을 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이유는 공정위의 위상과도 연결이 됩니다. 만약 우리 공정위가 해외 경쟁 당국보다 앞서서 통합 승인을 내줬는데, 해외 경쟁 당국에서 “통합에 따른 소비자 효용 감소와 경쟁 감소에 따른 소비자 피해가 예상 된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이럴 경우 한국 공정위의 국제적인 위상에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해외에서 우리 공정위 판단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한국 공정위가 제대로된 판단을 한 것이 맞느냐는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통합을 추진하는 KDB산업은행과 대한항공은 공정위에 빠른 결합 심사를 촉구 하고 있습니다. 한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공정위는 서두를 필요도 이유도 없다. 괜히 먼저 나섰다가 비판을 받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라며 “통합에 따른 소비자 피해 여부 등에서 해외 경쟁 당국과 첨예하게 다른 판단을 내렸을 경우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조심스러운 입장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비슷한 사례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통합 판단 사례입니다. 우리 공정위는 3년 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기업 결합에 대해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해외 경쟁 당국의 심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인데요. 최근 공정위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 심의를 내년 1월 중순에 재개한다고 밝혔습니다. EU는 내년 1월 20일 쯤 심사 결과를 밝히겠다는 방침인데요. 한국 공정위는 EU와 일본 등의 판단 결과를 본 뒤에 심의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란 분석입니다. 공정위는 해외 경쟁 당국의 판단도 살펴야 하고, 산업은행과 대한항공의 계속 되는 결합 승인 압박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조선업계 사례를 봤을 때 한국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대해 해외 경쟁 당국의 심사 결과를 보고 승인 심사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은 대한민국 항공역사에 있어 큰 전환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소비자와 업계, 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만큼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는 이슈입니다. 먼 훗날 통합 과정을 돌이켜 봤을 때 부끄럽지 않도록, 정치적인 고려가 아닌 업계가 진정 발전할 수 있는 방향으로 통합 논의가 진행되길 바랍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