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23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내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2021.12.23/뉴스1 © News1
공수처는 24일 오전 입장문을 내고 “과거의 수사 관행을 깊은 성찰 없이 답습하면서 기자 등 일반인과 정치인의 통신자료 조회 논란 등을 빚게 돼 여론의 질타를 받게 된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지난 13일 “적법절차였다”며 언론사찰 의혹을 강하게 일축한지 10여일만에 한발 물러서 유감을 표명한 것이다. 전날(23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공수처 존폐를 거론하고 국민의힘 의원들이 법제사법위원회를 긴급소집하는 등 사태가 악화하자 하루만에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사찰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기조 하에 탄생한 공수처의 정당성이 크게 흠집난데다 야당이 공세 수위를 올릴 예정이어서다.
장제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민의힘 의원, 윤한홍 의원, 조수진 의원이 23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항의방문에 앞서 발언하고 있다. 2021.12.23/뉴스1 © News1
또한 시민단체들이 김진욱 공수처장 등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경에 고발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 상황이라 논란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학의 불법출금’ 공익신고인인 장준희 부장검사도 공수처로부터 통신 조회를 당해 해명을 공식 요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법 압수수색과 인권침해 수사, 하청감찰, 수원지검 보복수사 의혹 등으로 연일 논란의 중심에 서며 수사도 크게 위축됐다. 수사동력을 사실상 상실한 분위기다.
고발사주 의혹 수사에서 손준성 검사에 대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되며 ‘3전3패’를 당한 직후 사찰 의혹으로 ‘해체론’까지 언급되자 공수처 내부는 크게 동요하고 있다. 다음달이면 1년 전 파견됐던 경찰 인력 34명 전원이 경찰로 복귀하기 때문에 수사인력도 부족해진다. 내부 분위기는 출범 이후 최악이라 할 정도로 침통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연내 마무리하려던 고발사주 의혹 수사도 진전이 없다.
지난 9월9일 고발사주 의혹으로 윤 후보와 손 검사 등을 피의자로 입건한 공수처는 3개월 넘게 수사인력 대부분을 총동원해 수사를 벌였지만 고발장 작성자와 전달경로 등 핵심 의혹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빈손’으로 수사를 마무리하는 공수처가 손준성 검사를 불구속기소하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불기소하는 선에서 퇴로를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수처 측은 올해가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연내 수사 마무리 여부나 고발장 작성자 특정 여부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역시 윤 후보가 피의자인 판사사찰 의혹 사건과 한명숙 모해위증 교사 수사 방해 의혹 수사도 연내 마무리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윤 후보를 입건한 수사가 해를 넘기면 공수처의 대선개입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이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수처 관계자는 공소제기 여부를 자문하는 공소심의위원회가 다음주 열릴지 여부에 대해 “알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