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 2020.1.8/뉴스1 © News1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복권을 전격 단행하면서 추후 이명박(MB)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또한 가능할지 관심이 모인다.
야권을 중심으로 이 전 대통령이 사면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친이·친박계 갈라치기 노림수’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번 정권에서는 (사면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는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같은 날 “또 갈라치기 사면을 해서 반대 진영 분열을 획책하는 것을 참으로 교활한 술책”이라고 비판했다.
대표적 친이계 인사인 권성동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한 분(박 전 대통령)만 (사면)한 건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의 야권 분열을 노린 술수가 숨어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권 사무총장은 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을 이번 사면에서 제외한 것은 심복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사면을 염두에 둔 ‘정치적 계산’이라는 의심을 제기했다.
권 사무총장은 “결국 문 대통령의 마지막 사면은 김 전 지사”라며 “형이 확정된 지도 얼마 안 된 김 전 지사만 사면했을 경우, 정치적 비난을 피하기 위해 이 전 대통령을 남겨둔 것 아닌가. 전 그렇게 정치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2021.12.21/뉴스1 © News1
청와대 관계자는 24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 사면권 행사가 이번이 마지막인지, 아니면 설이나 3·1절을 계기로 추가 사면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으로서 임기 중에 사면 조치를 할 수 있다면 연말 사면과 선거 이후, 과거 전례를 비춰보면 선거가 끝난 이후에 당선자와 협의해서 하는 사면 두 가지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밝혀 내년 3월 대선 이후 추가 사면 가능성을 암시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번 연말 사면 발표에 노골적으로 실망감을 드러내며 문재인 정부를 압박했다.
이 전 대통령비서실, 참모 일동은 입장문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을 사면에서 제외시킨 것은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사법처리가 정치 보복이었음을 다시 확인하게 하는 처사”라며 “이 전 대통령께서는 평소에 이 정권에서 사면 받는 것을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고 밝혔다.
청와대 다른 관계자는 25일 뉴스1과 통화에서 “(노 전 대통령 때문에 이 전 대통령 사면이 불가하다는 말은) 한 번도 논의된 적이 없다”며 “대통령께서 남은 임기 동안 상황을 보고 고려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보복을 하기 위해서 정치를 한다고 생각한다면 (청와대로선) 할 말이 없다”며 “그건 문 대통령에 대해 잘못 생각하는 것이고 (그 누구도) 복수를 위해 자기 인생을 정치권에 바쳐 일을 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른 한편에서는 문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박 전 대통령만 사면하고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다음 정부로 넘기려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17년 3월 청와대를 떠나 자택으로 향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뉴스1 DB) 2021.12.24/뉴스1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이 발표된 후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촛불 시민 의사에 반한다”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사면 반대 청원이 올라와 하루 만에 약 2만 명의 동의 서명을 얻었다.
문 대통령은 이같은 반발을 예상했는지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의 경우 5년 가까이 복역한 탓에 건강상태가 많이 나빠진 점도 고려했다”며 “사면에 반대하는 분들의 넓은 이해와 혜량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어깨 질환, 허리 디스크 등 지병에 시달리는 데다 최근에는 음식물을 제대로 씹지 못할 정도로 치아 상태가 좋지 않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만 사면에 포함된 것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은 구속 기간이 연말 기준 4년9개월을 넘었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비해 두 배가 넘는 기간을 수형했다”며 “이 전 대통령은 고령이긴 하지만 구속 기간이 780일 가량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서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