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허위 경력 기재 등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허리를 90도로 숙여 사과하고 있다. 그동안 유지하던 긴 머리를 잘라 단발머리를 하고 등장한 김 씨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어제 자신의 허위 경력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첫 의혹이 불거진 지 12일 만이다. 윤 후보의 대선 모토인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확산되고 대선 지지율도 떨어지는 등 여론이 심상치 않자 뒤늦게 공개 사과에 나선 것이다.
김 씨는 “일과 학업을 함께하는 과정에서 제 잘못이 있었다”며 “잘 보이려고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고 했다. 수원여대 겸임교수 지원서 등의 경력 부풀리기나 허위 기재 의혹을 일부 인정한 것이다. 이어 “남편이 대통령이 되어도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했다.
김 씨의 공개 사과는 등 떠밀린 측면이 강하다. 의혹 제기 첫날 윤 후보는 “부분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허위는 아니다”며 감쌌다. 김 씨가 사과 의향을 밝히자 윤 후보는 “적절해 보인다”고 하는 등 논평하는 듯한 태도를 드러냈고, 기자들의 질문에 짜증을 내기도 했다. 중앙선대위원회는 윤 후보의 심기를 살피느라 전전긍긍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김 씨 의혹의 사실관계도 밝혀야 하지만 윤 후보와 국민의힘 대응이 더 큰 문제라는 비판이 커졌음은 물론이다.
김 씨는 의혹에 대한 사실 관계를 직접 설명하진 않았다. 그 대신 선대위가 자체 확인한 내용을 정리해 기자들에게 자료로 배포하고 수석대변인 등 선대위 관계자들이 일문일답을 진행했다. 예기치 않은 실언이 나올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였을지 모르나 ‘과잉보호’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선대위가 “허위는 아니고 부정확한 기재”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 측이 이번 사과로 ‘배우자 리스크’가 말끔히 해소됐다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것이라도 덮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예상되는 의혹을 철저히 점검하고 투명하게 밝히는 게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