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 가동률 34%,곳곳에 임대 현수막… 위기의 구미공단 2019년 6월 10일 경북 구미시 공단동 구미국가산업 1단지의 한 공장 옆 철조망에 공장 임대와 매매를 알리는 공인중개업소의 현수막이 즐비하게 걸려 있다. 박광일기자 light1@donga.com
새해가 5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30인 이상 국내 기업의 3분의 1은 내년 경영계획 얼개조차 잡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간신히 계획을 세운 나머지 기업들 중 53.5%는 ‘현상 유지’, 22.9%는 ‘긴축 경영’을 경영 목표로 잡았다. 기업 4곳 중 3곳이 올해보다 상황이 나빠지지 않게 하거나, 몸집을 줄여서라도 버티는 것이 새해 목표란 뜻이다. 기업인 심리가 이렇게 얼어붙어선 투자와 고용의 획기적 증대는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들이 내년을 이처럼 어둡게 보는 건 신종 변이 출현으로 코로나19 사태가 얼마나 길어질지 가늠하기 어렵고, 글로벌 공급망 쇼크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한 데다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요구도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선진국 중 가장 빠른 회복세”라고 자랑하지만 기업들은 올해 4.0%의 성장률도 작년 0.9% 역성장에 따른 반등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게다가 내년 1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이르면 3월로 앞당겨질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금리 인상 등 악재들이 예고돼 있다. 과잉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부동산, 주식 등 자산가격이 내리면 소비심리는 빠르게 얼어붙을 수 있다. 20, 30대까지 ‘영끌’ ‘빚투’로 대출을 받아 아파트, 주식을 산 한국은 이자부담 급증으로 가계 가처분소득이 더 빨리 줄어들 것이다.
미국 정부는 규제 하나를 도입할 때 기존 규제 2개를 폐지하도록 하는 ‘투 포 원 룰’을, 영국은 규제를 늘릴 때 그 3배의 비용을 초래하는 규제를 없애게 한 ‘원 인 스리 아웃 룰’을 통해 기업들의 규제비용을 파격적으로 줄여가고 있다. 정부와 여야 후보들은 선진국들이 왜 이런 규제혁파 경쟁을 벌이고 있는지부터 제대로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