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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김선미]오미크론에 뺏긴 성탄절

입력 | 2021-12-27 03:00:00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미국 미니애폴리스 공항에는 담요와 베개가 흩어져 있었다. 항공편이 줄줄이 결항되면서 크리스마스 여행객들이 공항에서 밤을 보내야 했던 것이다. 지난해 봉쇄 조치로 우울한 성탄절을 보냈던 미국인들은 올해만큼은 일상에 가까운 성탄절을 보내게 될 줄 알았지만 기대는 빗나갔다. 전염 속도가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오미크론 때문이었다.

▷미국은 오미크론이 기승을 부리면서 요즘 하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0만 명에 육박한다. 미 델타 항공은 크리스마스이브에 예정됐던 3100편의 항공편 중 158편을 취소했다. 델타 측은 악천후에 더해 오미크론이 결항 이유가 됐다고 설명했다. 30년 전 나온 미국 할리우드 영화 ‘나 홀로 집에’는 올해 성탄절 상황에는 맞지 않는다. 가족들이 소년을 집에 두고 크리스마스 여행에 나섰어도 항공기가 뜨지 않아 집으로 되돌아오는 상황이 됐을 것이다.

▷23일부터 26일까지 전 세계에서 무려 7000여 편의 항공이 결항됐다. 조종사와 승무원이 감염되거나 밀접 접촉자로 분류돼 근무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하늘길만 막힌 게 아니다. 프랑스는 철도회사 직원들의 감염이 급증하면서 버스로 열차 운행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SNCF는 페르피냥, 님 지역 등의 열차 운행을 1월까지 중단했다. 고속철도와 항공편을 연결해 크리스마스 휴가를 떠나는 유럽인의 일상도 오미크론에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성탄절을 앞두고 국내에서는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이 ‘핫플’로 떴다. 건물 외벽에 설치된 LED 조명이 펼치는 영상 쇼를 보러 연일 많은 인파가 몰렸다. 그런데 지난 주말 이틀 동안 오미크론 감염자가 114명이나 늘었다. 오미크론은 발생 초기에는 해외 입국자 중심으로 퍼지더니 이제는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조용한 전파’로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이나 영국보다 자연면역 인구수가 적기 때문에 감염됐을 때 상태가 나빠지는 비율이 더 높아질 수 있어 걱정이다.

▷오미크론의 맹위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면서 새해맞이 행사들도 취소되고 있다. 하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10만 명을 넘긴 프랑스는 파리 샹젤리제에서 매년 해오던 새해 전야 불꽃놀이를 취소했다. 그나마 나은 성탄절을 보낸 우리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신년 해맞이를 보러 한라산도 지리산도 못 가고 보신각 타종 행사도 2년 연속 온라인으로 봐야 한다. 우리의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던 것인지 깨닫게 된다. 이 겨울은 힘들게 보내지만 다음 겨울에는 함께 만나 코로나의 긴 터널을 빠져나온 것을 자축했으면 좋겠다.

김선미 논설위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