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코로나19 검사소 앞 풍경. 연말이 되면 고향 대이동이 펼쳐지는 미국에서 올해는 공항 대신 코로나19 검사소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필라델피아=AP 뉴시스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연말입니다. 여느 때 같으면 가족 친구들이 모인 흥겨운 분위기겠지만 올해는 다릅니다. 미국인들의 ‘코로나 연말’ 표정을 들여다봤습니다.
△“We‘re all making a Sophie’s choice in this moment.”
고향 방문을 위해 인디애나폴리스 공항에서 대기 중인 멀리사 씨는 “지금 이 순간 모두가 소피의 선택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녀는 고향 부모님에게 전염시킬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비행기에 오르는 것을 주저합니다. 하지만 확실치 않은 전염 가능성 때문에 방문을 포기하는 것도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 타당한 두 가지 옵션 가운데 어느 쪽을 택해야 할지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을 ‘소피의 선택(Sophie‘s choice)’이라고 합니다. 메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로 잘 알려졌지만 원래 윌리엄 스타이런이라는 미국 퓰리처상 수상 작가의 소설입니다. 워낙 유명한 소설과 영화 제목이어서 미국인들의 일반 대화에 “소피의 선택”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뉴욕 주민 젱킨스 씨는 부스터샷까지 접종 완료했지만 최근 확진 판정을 받은 돌파감염 케이스입니다. 지난해 봄 1차 코로나19 사태 때 최대 확산지였던 뉴욕에 사는 그는 지금의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고 합니다. “전파 속도가 놀랍다. 마치 하룻밤 사이에 벌어진 일인 듯하다”고 합니다. ‘속도’는 영어로 ‘스피드(speed)’와 ‘페이스(pace)’가 있습니다. ‘speed’는 일정 시간 동안 간 ‘거리’이고, ‘pace’는 일정 거리를 가는 데 걸린 ‘시간’을 말합니다. 여기서는 오미크론 변이 전파가 순식간에 벌어졌다는 시간의 개념이므로 ‘페이스’가 맞죠.
△“There is no challenge too big for America. I mean this from the bottom of my heart, no challenge.”
조 바이든 대통령은 뒤숭숭한 연말 분위기 속에서 대국민 연설을 했습니다. 우려했던 봉쇄령은 없었지만 “백신” “마스크”를 수십 번 언급하며 방역수칙을 강조했습니다. 대통령은 피곤한 국민에게 전하는 위로의 메시지로 연설을 마무리했습니다. “미국에게 너무 큰(극복하기 힘든) 도전이란 없습니다. 진심으로 말하건대 그런 도전은 없습니다.”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