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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日, 대만 유사시 日 서남단 섬에 미군 임시거점 만든다

입력 | 2021-12-27 03:00:00

‘中 견제’ 공동작전계획 초안 작성… 비상시 日자위대가 美해병대 지원
40여개 섬 바꿔가며 공격거점 활용, 내달 2+2 회담서 확정작업 본격화
中러 사이버공격 대비 협력도 강화… 美-日, 랜섬웨어 피해 공유 논의중



주일미군-일본 자위대 대규모 연합훈련. 동아DB


미군과 일본 자위대가 대만에서 전쟁 등 유사(有事) 상황이 벌어질 경우에 대비해 새로운 미일 공동작전계획 초안을 만들었다고 도쿄신문이 26일 보도했다. 중국을 겨냥한 미일의 안보협력이 갈수록 공고해지고 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초안은 대만 유사시 초기 단계에서 미군 해병대가 가고시마현에서 오키나와현을 잇는 일본 서남단 섬에 공격용 임시 군사거점을 설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평상시는 군사거점 없이 지내지만, 대만에 전쟁이 일어날 수 있는 긴장감이 높아지면 초기 단계에서 미 해병대가 자위대의 지원을 받아 일본 서남단 섬에 병력을 투입한다는 것이다. 미일은 내년 1월 7일로 조율되고 있는 외교 및 국방장관의 2+2 회담에서 공동작전계획 확정 작업 본격화에 합의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지역을 관할하는 미군 인도태평양사령부는 미 해병대의 새 운용 지침인 ‘원정 전방기지 작전(EABO)’을 만든 바 있다. 부대를 소규모로 분산해 전개시키는 게 특징이다. 미국은 EABO에 기초해 자위대에 공격용 임시 군사거점 설치를 제안했다.

일본 서남단에는 유인, 무인 섬을 합쳐 약 200개의 섬이 있다. 이 중 군사거점화 가능성이 있는 곳은 마실 물을 자급할 수 있는 약 40개다. 대부분이 사람이 사는 유인도다. 육상자위대가 미사일 부대를 배치해 놓은 가고시마현 아마미오(奄美大)섬과 오키나와현 미야코(宮古)섬, 향후 미사일 부대 배치가 예정된 이시가키(石垣)섬 등도 포함된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일본 총리는 1일 대만 국책연구원이 주최한 모임의 화상 강연에서 “대만에 (전쟁 같은) 일이 있다는 것은 일본에도 일이 있다는 것이고, 일미(미일) 동맹에도 일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하며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일이 공동 대응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일본은 대만 위기가 자국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초안은 또 미 해병대가 유사시 중국의 반격을 피하기 위해 임시 거점으로 삼는 섬을 바꾸면서 공격 작전을 계속하는 것으로 돼 있다. 도쿄신문은 “(초안대로 확정되면) 섬 주민이 전투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군사거점이 설치된 섬은 결국 적군의 공격 대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군이 일본 국내에 군사 거점을 설치하기 위해선 토지 사용, 주민 보호 등에 관한 법 정비도 필요하다고 도쿄신문은 지적했다.

미일 정부는 중국과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을 막기 위해 힘을 보태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26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양국은 랜섬웨어 공격에 따른 피해 사례를 신속하게 공유하고 안보상 위협에 해당하는 사안은 공동으로 분석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랜섬웨어는 시스템의 작동을 막거나 데이터에 암호를 걸어 사용할 수 없게 인질처럼 삼은 후 돈 등을 요구하는 악성 프로그램이다. 내년 초 미일의 2+2 회담에서 사이버 분야 협력 방안으로 합의할 예정이다.

일본은 미국뿐 아니라 대만과도 부쩍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집권 자민당과 대만 집권 민진당은 24일 경제, 안전보장 등에 관한 회의를 온라인으로 열었다. 이날 회의에선 첨단 반도체가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일본이 대만 반도체 기업의 일본 진출을 위해 자금 등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하는 등 양측이 협력 방침을 확인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5일 전했다. 앞서 8월 양국 여당은 온라인 회의에서 외교 및 국방 분야 협력을 논의한 바 있다. 그 논의를 경제산업 분야로까지 확장한 것이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