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나들이 갔다 차에 치여 사망 “고인-가족 생각에 가슴 미어져” “안전한 하늘나라에선 행복하길” 시민들 현장에 과자 등 쌓고 애도
22일 부산 수영팔도시장 입구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60대 할머니와 18개월 손녀가 사망한 가운데 사고 현장에 추모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한 시민이 추모 물품을 놓고 있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
“떠난 두 사람과 남은 가족을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집니다. 사고가 아니었다면 모두 따뜻한 방에 둘러앉아 웃음꽃을 피웠을 거잖아요.”
성탄절이었던 25일 부산 수영팔도시장 입구의 한 전봇대 앞에 세워진 추모 공간에서 묵념을 하고 나온 장영란 씨(29)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장 씨는 22일 시장에 왔다가 80대 남성이 몰던 차량이 유모차를 향해 돌진하는 사고 현장을 목격했다. 이 사고로 유모차를 끌던 60대 여성이 숨졌고, 유모차에 있던 생후 18개월 된 손녀도 병원에서 사망했다. 장 씨는 “차가운 바닥에 있던 이들을 보고 마음이 무거워져 무엇이라도 하고 싶었다”며 음료와 과자를 전봇대 앞에 조심스레 쌓았다.
사고 당시 차량이 요구르트 전동카트와 부딪쳐 발생한 화재로 검게 그을린 전봇대의 앞 공간은 피해자들을 추모하는 공간이 됐다. 떡과 과일 등 먹을거리와 두 살 배기 아이가 좋아할 만한 인형, 목도리 등 물품들이 전봇대 앞에 수북이 쌓였다. ‘아가야, 메리크리스마스. 안전한 세상에선 행복해’ ‘밤에 별이 돼 한없이 슬퍼하는 부모님을 비춰다오’ 같은 글이 적힌 카드도 놓여 있었다.
앞서 22일 A 씨가 운전하던 그랜저 승용차가 수영팔도시장 앞에서 갑자기 돌진하면서 야쿠르트 전동카트 등을 들이받은 뒤 유모차를 끌고 가던 60대 여성을 덮쳤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급발진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고 차량 분석을 의뢰했으며 도로교통공단과 함께 사고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