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집권 세력인 탈레반이 26일(현지시간) ‘여성은 가까운 남성 친척이 동행하지 않는 한 장거리 이동을 하지 말라’는 규정을 발표했다. 이에 국제 인권단체는 ‘탈레반이 여성을 포로로 삼고 있다’며 힐난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사데크 아키프 무하지르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72km 이상의 거리를 여행하려는 여성이 가까운 가족과 동행하지 않았다면 차에 태워주지 말아야 한다”며 “호송자는 반드시 가까운 남성 친척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히잡을 쓰지 않은 여성에게는 승차를 거부하라’는 지침도 내렸다. 해당 지침은 탈레반이 지난 8월15일 아프간을 점령한 이후 국제사회에 온건한 이미지를 투사하려는 지속적 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온 것이다.
전 세계의 인권 증진·보호를 위한 비영리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탈레반의 이번 조처를 두고 ‘여성을 포로로 삼는다’며 맹비난했다.
헤더 바 휴먼라이츠워치 부국장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이 규정은 여성을 수감자로 만들었다”며 “여성들이 자유롭게 이동하거나 다른 도시로 여행을 하지도 못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탈레반에 있는 여성들이 가정 폭력에 직면할 경우 그들이 도망칠 수 있는 기회까지 차단했다”라고 말했다.
탈레반 지도부가 여성에게 제한적 조치를 내린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또한 TV 채널에서 여성 배우들이 출연하는 드라마와 연속극의 방영을 중단시켰고 여성 TV 기자들에게는 히잡을 착용하고 방송에 출연하라고 강제했다.
앞서 탈레반은 집권 1기 기간(1996~2001년)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인격체로 여기지 않고 여성 인권을 무참히 탄압한 바 있다.
당시 여성은 공공장소에서 부르카(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전통복)를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했고 남성 동행자 없이는 외출할 수 없었다.
과부나 미혼 여성 또는 13세 이상 소녀들은 탈레반 조직원과 강제 결혼을 당하기도 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