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엔 트루터 페어몬트앰배서더서울 호텔 총주방장
에티엔 트루터 셰프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서울 호텔에서 한우 스테이크를 선보이고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한우를 처음 맛보았을 때 그 풍미와 부드러움을 잊지 못합니다. 한우는 미국식 스테이크처럼 퍽퍽하지 않으며, 일본 와규처럼 기름지지도 않은 완벽한 밸런스를 가진 매력적인 맛의 고기입니다.”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앰배서더서울’의 총주방장인 에티엔 트루터 씨(39)는 스테이크 요리의 달인이다. “요리의 비법은 늘 ‘재료’에 있다”고 강조하는 그는 스테이크 요리에도 ‘한우’가 최고라고 손꼽았다.
“황금 빛깔의 윤기와 최상위 퀄리티를 자랑하는 한우는 2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토착 소품종입니다. 와규의 경우 지방 함유가 약 70%인 반면에 한우는 40∼50%의 지방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우의 지방은 소고기 자체의 맛을 해치지 않으면서 부드러운 식감을 줍니다. 균형 잡힌 마블링을 자랑하는 한우는 미국산 소고기와 와규의 장점을 모두 가진 최고의 고기라고 생각합니다.”
그에게 한우 스테이크 맛있게 굽는 법을 물었다. 그는 부드러운 안심 스테이크는 숯불에 소금과 후추만 사용해서 굽는 방법을 추천했다. “레스팅을 거치면 육즙이 입안에서 쫙 하고 살아나기 때문”이란다.
“안심을 불에 구운 후 팬 바닥을 보면 고기에서 나온 육즙이나 지방이 눌어붙게 마련입니다. 거기에 레드 와인을 조금 넣고 졸이면 소스가 만들어집니다. 안심 스테이크는 입에 넣으면 바로 녹아내리는 느낌이 있기 때문에 이 레드와인 소스를 부어서 굽게 되면 고기의 육즙이나 풍미를 더 느낄 수 있습니다. 반면에 지방이 적은 채끝 스테이크의 경우에는 통후추를 뿌려 구운 후 크림소스와 함께 먹으면 좋습니다.”
그는 2012년 ‘그랜드하얏트서울’ 부총주방장을 맡아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한국 음식에서 가장 강렬했던 기억은 ‘소주’였다고. 그는 “소주를 마신 후 한우 소머리국밥으로 해장을 가끔 하기도 하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해장법은 다소 기름질 수 있지만 한우 스테이크 위에 반숙 계란 프라이와 치즈를 올려 먹는 요리”라고 귀띔했다. 트루터 씨는 한우를 요리할 때 완도산 전복, 의성 흑마늘 등 다양한 제철 한식재료를 활용하기도 한다. 그는 한국에서 맛본 소고기 요리 중 참기름에 찍어 먹는 ‘육회’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얇게 썬 한우를 양념에 재운 불고기는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한국의 대중적인 요리라 예전부터 즐겨 먹었다”고 말했다.
“한우 요리는 날씨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요즘처럼 추운 날에는 한우 요리에 매운 고추장이나 레드와인을 주로 활용하고, 여름에는 화이트와인과 참기름을 주로 활용합니다. 소고기는 꼭 레드와인과 어울린다는 법칙은 없습니다. 신선한 한우에는 상큼한 화이트와인도 잘 어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