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에 진심인 미국인들. 파티가 삶의 일부분입니다. 어떤 파티에 초대되느냐로 자신의 사회적 인기를 가늠하고, 주말 파티를 기다리며 일주일을 보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가슴으로부터 전하는 선물(Gifts from the Heart)’이라는 주제로 장식된 백악관 이스트윙 입구. 코로나19 대응에 힘쓰는 의료 구급 인력들을 위해 마련된 컨셉이다. 올 연말 백약관 장식에 1900m의 리본, 300개 이상의 초, 1만개의 장식품 등이 쓰였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백악관 웹사이트
파티 캘린더의 정점을 찍는 것이 크리스마스에서 연말 연초로 이어지는 지금 같은 때입니다. 최근 백악관의 연말 파티 시즌이 마무리됐다고 미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올해 백악관의 연말 파티 분위기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덜 흥겨운(less merry)’이라고 AP통신은 전했습니다. ‘팬데믹’ 때문입니다.
1993년 취임 첫해 빌-힐러리 클린턴 미국 대통령 부부가 백악관 출입 기자들을 위해 마련한 연말 파티. 1992년 대선 유세 때 “나는 집에서 쿠키나 굽는 여자가 아니다”고 해 논란이 됐던 힐러리 여사는 이 파티에서 자신이 직접 구운 쿠키를 대접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
올해는 파티의 형태도 바뀌었습니다. 음식 대접? 없었습니다. 주류 제공? 없었습니다. 대통령 부부 참석? 없었습니다. 파티 시간? 통상 2시간에서 올해는 30분으로 대폭 줄었습니다. 참석 전 48시간 이내 코로나19 검사는 필수. 참석자들 간의 거리두기 규칙도 지켜졌습니다. 전 사키 대변인도 변한 파티 분위기가 미안했던지 “올해는 ‘오픈 하우스’ 스타일이었다”며 차별성을 강조했습니다.
우리나라의 분양 아파트 오픈하우스처럼 미국의 오픈 하우스 행사는 한번 쭉 둘러보는 ‘집들이’ 성격이 강합니다. 참석자들은 백악관의 각종 룸들을 투어하며 질 여사를 비롯한 1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들이 지난 몇 달 동안 꾸며놓은 크리스마스 연말 장식들을 구경한 뒤 퇴장했습니다. 미국 파티 특유의 ‘밍글(mingle·삼삼오오 어울리는)’ 문화가 사라졌습니다.
1962년 자녀들을 위해 마련한 백악관 생일 파티에서 존 F 케네디 대통령(가운데)이 어린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도서관
1975년 백악관은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딸 수전의 ‘프롬(고교 졸업반 파티)’의 무대가 됐습니다. 지금까지 유일무이한 ‘백악관 프롬’입니다. “백악관에서 국민 돈으로 프롬까지 열어주느냐”는 비판이 나오자 수전을 비롯한 메릴랜드의 홀튼 여고 학생 75명이 당시 액수로 총1300달러(154만원 정도)에 달하는 행사 비용을 지불했고 백악관은 장소만 제공했습니다. 각자 파트너를 데리고 온 학생들은 미트볼로 식사를 하고 출장 록밴드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고, 인근 포토맥 강에 나가 요트도 탔습니다.
1975년 백악관에서 열린 ‘프롬’ 파티에서 당시 고3 학생이던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딸 수전(오른쪽)이 남성 파트너와 신나게 춤을 추고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
또다른 레이건 파티는 1985년 영국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미국 방문에 맞춰 국빈 만찬을 열었던 것입니다. 당시 결혼 4년째인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미국에서도 상당한 셀러브리티였기 때문에 그녀의 일거수일수족은 큰 화제였습니다. 배우 존 트라볼타가 검정색 이브닝드레스의 다이애나비의 손을 잡고 춤은 춘 것은 지금도 회자되는 ‘사건’입니다.
1985년 배우 존 트라볼타(왼쪽))가 미국을 방문 중인 영국 찰스 왕세자 부부를 위해 마련된 백악관 만찬에서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 음악에 맞춰 다이애나 왕세자비와 춤을 추고 있다. 피플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