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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거리 청소한 할아버지 성탄 전야 음주車에 참변

입력 | 2021-12-28 14:21:00

사진=MBC 뉴스데스크 방송화면 캡처


10년 간 손수레를 끌고 다니며 길거리를 청소하던 70대 할아버지가 음주 덤프트럭에 치여 숨졌다. 할아버지가 생을 마감한 날은 크리스마스이브였다.

27일 인천 미추홀경찰서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 운전치사 혐의로 30대 덤프트럭 기사 A 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지난 24일 오후 8시경 미추홀구 용현동 편도 3차로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24t 덤프트럭을 몰다가 길가에 놓인 쓰레기봉투를 손수레에 옮기던 70대 B 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A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A 씨는 “인근에서 식사를 하면서 술을 마신 뒤 차를 몰았다”고 혐의를 인정했다.

사고 현장 폐쇄회로(CC)TV를 보면 멀리서 달려오던 덤프트럭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B 씨와 손수레를 그대로 덮쳤다. B 씨는 사고 직후 심정지 상태로 인근 병원에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했다.

인천의 한 환경업체 소속 미화원인 B 씨는 매일 밤 7시 하루도 빠짐없이 쓰레기차가 다닐 수 없는 골목길을 다니며 생활 쓰레기 수거를 도맡았다. 사고 당일도 주택가에 있던 쓰레기봉투들을 리어카에 가득 담은 뒤 도로변에 놓인 쓰레기를 수거하던 중이었다.

인근 주민은 MBC와의 인터뷰에서 “(B 씨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그거 다 맞고 하는데, 도로에서 하다 보니 위험해 보이긴 했다. 마음이 너무 안 좋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은 “(B 씨가 미화원 일을 한 지) 10년 넘은 것 같다. 팔이 아프니까 조금 쉬었다가 하고 그랬다. 성실했고 법 없이도 사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환경미화원들이 청소 쓰레기차로 수거할 때는 운전기사 포함 3인 1조로 근무해야 한다는 매뉴얼이 있다. 1명이 차량을 운전하면 2명이 쓰레기 수거 작업을 하는 방식이다. 1명만 쓰레기 운반을 할 경우 다른 차량과 접촉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어카 수거는 매뉴얼이 없어 B 씨는 늘 혼자 일해왔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 음주상태에서 전방주시 태만으로 사고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며 “구체적인 경위 등을 추가로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