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90. 사진 제공 제네시스
“삼성그룹 인사 수혜자는 다름 아닌 현대자동차.”
삼성 등 대기업들이 전무 등 직급체계를 ‘부사장’으로 통일하는 직제 개편에 나선 가운데 업계에서 나오는 얘기다. 당장 삼성그룹 직제·인사개편으로 대거 늘어난 ‘부사장’들이 현대차 고급 세단인 ‘G90’을 타게 되면서 최소 수백 대 이상 더 팔릴 전망이어서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해 계열사의 전무 직제를 없애는 등 직급체계 개편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에서만 190여 명의 부사장이 탄생했다. 삼성그룹 다른 계열사들까지 합치면 새로운 부사장은 수백 명에 달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계열사 전체로 보면 삼성에만 최소 수 백대의 G90이 필요할 것 같다. 임원들에게는 풀옵션 차량을 제공할 텐데 현대차로서는 가만히 앉아서 수백 대의 풀옵션 G90을 팔게 된 셈”이라고 말했다.
중고차 시장도 들썩일 것으로 보인다. 전무에게 지급된 G80은 곧바로 회수돼 중고차 시장에 대거 풀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제네시스 브랜드가 워낙 인기가 좋다. 지난해 전무급이 타던 것이라면 2021년형 등 최신형”이라며 “법인차들은 대부분 곱게 몰고 주행거리도 길지 않은데다 풀옵션이라 인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완전 변경 4세대 G90을 기어코 12월에 출시한 것이 이미 기업들의 이런 움직임에 따른 수요를 예측했기 때문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SK 그룹도 2019년 임원 직급을 모두 부사장으로 통일 한 후 차량 차등을 없앴다. 많은 임원들이 제네시스 G80과 G90, 벤츠 E클래스 중 법인차를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올해 연말 인사에서 임원급을 ‘경영리더’로 바꾼 CJ그룹은 경영리더 기간 및 역할 등에 따라 차량을 차등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