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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수확-가공-체험… 토마토 캐릭터-굿즈… 창농 아이디어 활짝

입력 | 2021-12-29 03:00:00

[농업에서 미래를 찾는다]청년후계농 우수사례 소개




《청년농부들은 오늘도 꿈을 개척하기 위해 땀을 흘린다. 땀이 결실을 맺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청년후계농 영농정착 지원사업이다. 최근 마무리된 ‘2021년 청년후계농 영농정착 우수사례 수기공모’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사례 두 명을 소개한다.》
화분 패키지-밀키트 등 분야 다양… “사업가치 극대화”
군산 ‘딸기로움’ 농장 강정구 대표


강정구 ‘딸기로움’ 대표는 “귀농 과정에 겪었던 어려움을 후배 귀농인들과 공유하고 싶다”며 “장차 영농인과 현장교수의 역할을 동시에 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강정구 대표 제공

각광받는 석유화학회사 근무, 연봉 7000만 원 이상, 주임에서 주무로 순조롭게 진급, 2, 3년 후 팀장이 될 수 있다는 비전.

지난해 전북 군산에서 ‘딸기로움’이라는 농장을 경영하는 강정구 대표(39)가 좋은 조건의 회사원 자리를 박차고 나와 농사에 뛰어들었을 때 양가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은 말 그대로 도시락을 싸들고 와서 말렸다. 강 대표는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을 농장에 데리고 와서 직접 흙을 만져가며 딸기 모종과 작물을 보여줬다”며 “미래가 불안정한 회사원보다 농부라는 경영주가 훨씬 장래성이 있다는 점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는 실습과 경영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경험을 쌓는다면 창농에 실패할 확률이 낮아진다는 판단하에 군산시 스마트팜 임차인 모집 공고에 지원서를 제출했고, 3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500평 3년 임대 자격을 얻었다. 강 대표는 ‘아이디어 공장’이다. 스마트팜에서 생산되는 딸기 생과 판매 외에 동결건조 딸기, 딸기농장 수확체험, 딸기 화분 패키지 판매, 딸기 잎차 가공 등을 이미 사업화했거나 출시 계획을 갖고 있다. 딸기 찹쌀떡 밀키트 제작까지 착수했다. 다양한 사업 계획을 현실화하는 데 도움을 준 것이 올해 선정된 청년후계농 영농정착지원 사업이다.

“아이디어는 많았지만 창농 초기이다 보니 소득이 불안정했습니다. 매달 고정수입이 생기니 다양한 시도를 할 여유가 생긴 것이죠.”

스마트팜 임대에서 벗어나 내년부터 자가 경영에 도전하기 위해 이미 1500평 토지를 구입했고, 현재 설계도가 완성 단계다. 토지구매 대금을 마련하고 취득세를 납부할 때도 영농정착 지원사업이 도움이 됐다. 강 대표의 ‘딸기로움’은 다양한 소득원 덕분에 올해 6700만 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그는 “2년 차 농부로서 기대 이상의 성적표”라며 웃었다. 그는 “농부가 흙을 만지는 것에 만족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농업을 창업으로 접근해 비즈니스 가치를 최대한 높여볼 생각입니다.”



볼펜-컵-엽서 등 굿즈 개발 … “농업과 문화를 결합”

진주 ‘힙토’ 농장 박지현 대표


박지현 ‘힙토’ 대표는 “농업과 문화를 융합시킨 나의 비즈니스 모델이 누군가에게 영감이 되고, 그런 꿈을 꾸는 청년들과 서로 협업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지현 대표 제공 

10월 경남 진주의 한 문화공간에서 ‘힙토 농업문화전시회’가 열렸다. ‘농업과 문화를 더하다’를 주제로 열린 이 행사에는 토마토를 주제로 한 11점의 포스터와 허수아비, 끌개 등 농기구들이 전시됐다. 직접 대추방울토마토 모종을 심어보는 체험행사도 마련됐다. 이 행사를 기획한 주인공은 이 지역에서 ‘힙토’라는 농장을 경영하는 여성 농부 박지현 대표((27)다.

“도시인들에게 ‘농업으로 오세요’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이 먼저 다가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농부는 농사만 짓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도 하고, 기획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 도시와 농촌 간의 문화적 괴리감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싶었습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박 대표는 2020년 귀농해 ‘힙토’ 사업을 시작했다. 친구들은 취업을 걱정하고 있을 때 그녀는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한 것. ‘힙토’는 ‘세련된’이라는 의미의 ‘힙(Hip)’과 ‘토마토’의 합성어이다. 전시회 개최뿐 아니라 토마토를 형상화한 캐릭터와 굿즈(상품) 제작 사업도 벌이고 있다. 포털사이트 스마트 스토어를 통해 유료 판매되는 ‘힙토’ 굿즈는 휴대전화 거치대, 에어팟 케이스, 키링, 라이터, 볼펜, 컵, 엽서 등이 있다. 본업인 농사를 게을리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박 대표는 “효율적인 시간 관리가 필수”라고 말했다.

“낮에는 500평 규모의 농장에서 대추방울토마토 농사를 짓고 온라인, 도매상 등을 통해 판로를 개척합니다. 저녁에는 캐릭터 굿즈 아이디어 개발에 투자합니다.”

지난해 청년후계농 영농정착 지원사업에 선정된 그녀는 “정말 고마운 프로그램”이라며 “매달 받는 지원금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힙토’를 통한 저의 꿈은 젊은 농업생태계를 만드는 것입니다. 농업에 문화를 더해 농업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청년 농업인이 많아진다면 농사도 언젠가는 힙한 업종이 되겠죠.”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