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신장産 수입 금지’ 이후 中진출 월마트계 매장 제품 안팔자 “중국산 쌀 먹고 중국인 뺨 때려”, 회원카드 취소-환불 움직임 확산 마트측 “코로나에 수급 불안” 해명
중국에 진출한 월마트의 고급 유통 매장 ‘샘스클럽’에서 중국인 수십 명이 회원카드를 취소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샘스클럽이 인권 탄압 등을 이유로 중국 신장지역 상품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중국인들이 보이콧에 나선 것이다. 웨이보 캡처
중국에 진출한 미국의 회원제 유통매장 ‘샘스클럽’이 중국의 공격적 애국주의의 타깃이 됐다. 샘스클럽이 인권침해 문제 등을 이유로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을 취급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에 중국인 고객들이 샘스클럽 회원카드를 해지하고 연회비를 환불받는 사진이 잇따라 올라오면서 보이콧 움직임이 중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28일 웨이보 등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샘스클럽 회원카드를 해지하기 위해 줄을 선 중국인들 사진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들은 회원카드를 해지한 후 받은 영수증과 환불받은 현금을 사진으로 찍어 샘스클럽 보이콧에 동참한다는 ‘인증샷’을 웨이보에 올렸다. 그러면서 “샘스클럽은 중국을 존중하지 않으면서 중국에서 돈만 벌어가려 한다” “샘스클럽이 중국산 쌀을 먹고 중국인들의 뺨을 때린다”는 등의 글을 남겼다.
월마트의 고급 식료품점인 샘스클럽은 월마트의 중국 사업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 33개 매장이 있으며 유료 회원 400만 명을 확보하고 있다. 2028년까지 매장을 100개로 늘릴 계획도 있다.
중국 관영매체들도 애국주의 정서에 불을 지폈다. 25일 환추시보는 베이징에 있는 샘스클럽 여러 곳을 직접 찾아 “신장 제품 재고가 바닥났다”는 종업원들의 발언을 보도했다. 또 신장 특산물인 대추, 살구, 멜론 등이 매장 진열대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샘스클럽 측은 중국 매체들의 질의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재고가 없는 것”이라며 “제품이 들어오는 대로 다시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 “샘스클럽에 대한 반발은 과거 중국의 과격한 애국주의적 보이콧과 유사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중국공산주의청년단 등 공산당의 후원을 받는 웨이보 계정들이 불매운동 여론을 조성하고, 관영 매체들이 이를 그대로 받아 확대 보도하는 식”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초에도 스웨덴 의류업체 H&M이 신장에서 생산된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중국 소비자들의 거센 저항에 부닥쳤다. 최근 인텔도 신장 제품 보이콧에 나섰다가 중국인들의 반발이 커지자 사과하고 발을 빼기도 했다. WSJ는 “인권 문제를 둘러싼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신장 지역은 중국 내 다국적 기업들에 지정학적, 윤리적 딜레마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