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광산,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유네스코 제출기한 내년 2월 1일 외교부, 日문화원장 불러 항의… “日, 강제노역 역사 명시해야” 군함도 이어 세계유산 등재 충돌, 한일관계 새로운 악재로 떠올라
조선인 1141명이상 강제노역 니가타현 사도시의 사도 광산에서 광산 관리 회사 관계자 2명(뒷줄)이 갱도를 지지하는 목재를 교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들 앞에 과거 이곳에서 작업을 했던 모습을 재현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 모형이 보인다. 일본 문화청은 산하 자문기구인 문화심의회가 28일 이곳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 노동자 1141명 이상을 강제동원해 노역을 시켰다. 아사히신문 제공
일본 문화청은 28일 “문화심의회가 사도 광산을 세계문화유산 국내 추천 후보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유네스코에 추천장을 제출하는 기한은 내년 2월 1일이다. 일본 정부는 심의회의 결정에 기초해 사도 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위한 추천서를 제출할지 최종 판단한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유네스코에 추천서를 제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NHK는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어 추천할지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정식으로 추천서를 제출하면 실제 등재 여부는 유네스코 자문기관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심사와 권고를 거쳐 2023년에 정식 결정된다. 일본은 조선인 노동자를 전쟁 물자를 확보하는 사도 광산에 강제동원했다.
외교부 최영삼 대변인은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노역이 이뤄진 장소가 이에 대한 충분한 서술 없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지 않도록 유네스코 등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도 광산, 조선인 1141명 강제 노역… 日 “전통 금채굴 광산” 주장
日 ‘사도 광산’ 세계문화유산 추진 ○ 한일, 군함도 이어 역사 충돌 2라운드
불 밝힌 사도 광산 갱 내부 일본 문화청 자문기구인 문화심의회가 28일 자국의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결정한 ‘사도 광산’의 내부 모습. 에도시대부터 금광으로 유명했던 이곳을 니가타현 측은 “기계를 사용하는 유럽과 달리 전통적인 수작업으로 금을 캤다”며 중요한 문화유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태평양전쟁 때 조선인을 강제동원해 전쟁 물자를 캤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사진 출처 사도 광산 페이스북
고바야시 차장은 법무성의 지역 사무소인 니가타지방법무국 공문서를 통해 사도 광산에서 최소 1141명의 조선인이 노동했던 것을 밝혀냈다. 학자에 따라서는 조선인 약 2000명이 동원됐다고 분석하는 이도 있다.
○ 정부 “올해 유네스코에 2차례 이상 문제 제기”
한국 정부는 일본이 사도 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추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외교에 돌입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29일 “그동안 사도 광산 사안을 예의 주시해 왔다”며 “유네스코 사무국에 올해만 두 차례 이상 문제를 환기했고 일본 측 관계자를 초치해 항의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일본이 2015년 군함도 탄광 등 산업혁명유산을 등재했을 때 했던 약속부터 지키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당시 일본은 군함도 탄광 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며 “많은 한국인 등이 본인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치에서 강제로 노역했다는 역사를 제대로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그 조치로 지난해 6월 도쿄에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설치했지만 “민족 차별도, 강제노동도 없었다”는 거짓 증언만 전시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올해 7월 일본의 약속 불이행을 지적하며 ‘강한 유감(strongly regret)’을 밝힌 바 있다.
사도 광산이 일본의 공식 후보로 결정된 것 자체로도 한일 관계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사도 광산이 새로운 외교 문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 정부가 최소한 군함도를 등재할 때 수준으로는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문재인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정부가 일본과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어 놓는 게 가장 중요한데 잘되고 있지 않다”면서 “사도 광산으로 한일 감정이 또 한번 악화되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