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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조선인 강제노역 광산’ 세계유산 추진… 韓 “즉각 철회”

입력 | 2021-12-29 03:00:00

사도 광산,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유네스코 제출기한 내년 2월 1일
외교부, 日문화원장 불러 항의… “日, 강제노역 역사 명시해야”
군함도 이어 세계유산 등재 충돌, 한일관계 새로운 악재로 떠올라




조선인 1141명이상 강제노역 니가타현 사도시의 사도 광산에서 광산 관리 회사 관계자 2명(뒷줄)이 갱도를 지지하는 목재를 교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들 앞에 과거 이곳에서 작업을 했던 모습을 재현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 모형이 보인다. 일본 문화청은 산하 자문기구인 문화심의회가 28일 이곳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 노동자 1141명 이상을 강제동원해 노역을 시켰다. 아사히신문 제공 

일본 문화청의 자문기구가 니가타현 사도시에 있는 ‘사도(佐渡)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결정하면서 한일 관계에 새로운 악재로 떠올랐다. 사도 광산은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 노동자가 1141명 이상 대거 징용된 곳이다. 한국 정부는 “매우 개탄스럽다.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며 주조 가즈오(中條一夫) 주한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장을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한일이 2015년에 군함도(端島·하시마) 탄광에 이어 또다시 강제동원이 자행된 곳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놓고 충돌한 것이다.

일본 문화청은 28일 “문화심의회가 사도 광산을 세계문화유산 국내 추천 후보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유네스코에 추천장을 제출하는 기한은 내년 2월 1일이다. 일본 정부는 심의회의 결정에 기초해 사도 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위한 추천서를 제출할지 최종 판단한다. 우리 정부는 일본이 유네스코에 추천서를 제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NHK는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어 추천할지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정식으로 추천서를 제출하면 실제 등재 여부는 유네스코 자문기관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심사와 권고를 거쳐 2023년에 정식 결정된다. 일본은 조선인 노동자를 전쟁 물자를 확보하는 사도 광산에 강제동원했다.

외교부 최영삼 대변인은 “본인의 의사에 반해 강제로 노역이 이뤄진 장소가 이에 대한 충분한 서술 없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지 않도록 유네스코 등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도 광산, 조선인 1141명 강제 노역… 日 “전통 금채굴 광산” 주장
日 ‘사도 광산’ 세계문화유산 추진

일본이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가 대거 강제동원된 니가타현 사도시의 ‘사도(佐渡) 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려 하면서 한국과 일본이 또다시 역사 문제를 두고 갈등하고 있다. 일본 정부에 “등재 추진 즉각 철회”를 촉구한 한국 정부는 유네스코에 이 문제를 제기하는 등 등재 저지 외교에 나섰다. 2015년 일제 징용 현장인 나가사키현 군함도(端島·하시마) 탄광이 포함된 ‘메이지 일본 산업혁명유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을 때에 이어 충돌 2라운드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 한일, 군함도 이어 역사 충돌 2라운드

불 밝힌 사도 광산 갱 내부 일본 문화청 자문기구인 문화심의회가 28일 자국의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결정한 ‘사도 광산’의 내부 모습. 에도시대부터 금광으로 유명했던 이곳을 니가타현 측은 “기계를 사용하는 유럽과 달리 전통적인 수작업으로 금을 캤다”며 중요한 문화유산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태평양전쟁 때 조선인을 강제동원해 전쟁 물자를 캤다는 사실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사진 출처 사도 광산 페이스북

니가타현과 사도시는 2020년 문화청에 사도 광산을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추천하면서 “16세기 후반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전통적 수공업에 의한 금 광산 유적군”이라며 “전통적인 채굴 기술과 생산 시스템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유산”이라고 소개했다. 실제 사도 광산은 에도시대(1603∼1868년) 일본의 대표적인 금 생산지였다. 하지만 일본 시민단체 ‘강제동원 진상규명 네트워크’의 고바야시 히사토모(小林久公) 사무국 차장은 본보 인터뷰에서 “사도 광산은 태평양전쟁이 끝난 후까지 계속 영업해온 곳으로 전쟁 때 조선 노동자를 강제동원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 한다면 전체 역사를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바야시 차장은 법무성의 지역 사무소인 니가타지방법무국 공문서를 통해 사도 광산에서 최소 1141명의 조선인이 노동했던 것을 밝혀냈다. 학자에 따라서는 조선인 약 2000명이 동원됐다고 분석하는 이도 있다.

이제 관심은 일본 정부의 최종 판단으로 쏠린다. 문화청의 자문기구인 문화심의회가 일본 후보로 결정했지만 정부가 등록 마감 시한인 2월 1일까지 유네스코에 공식 추천할지를 결정한다. 사도 광산이 위치한 현지의 지역신문인 니가타일보는 28일 “한국 국내에서 반발이 확산되고 있어 일본 정부가 유네스코에 추천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특히 외무성이 공식 추천에 매우 신중하다”면서도 “정부가 문화심의회 결정대로 추천하지 않는다면 매우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 정부 “올해 유네스코에 2차례 이상 문제 제기”
한국 정부는 일본이 사도 광산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추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를 저지하기 위한 외교에 돌입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29일 “그동안 사도 광산 사안을 예의 주시해 왔다”며 “유네스코 사무국에 올해만 두 차례 이상 문제를 환기했고 일본 측 관계자를 초치해 항의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일본이 2015년 군함도 탄광 등 산업혁명유산을 등재했을 때 했던 약속부터 지키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당시 일본은 군함도 탄광 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며 “많은 한국인 등이 본인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가혹한 조치에서 강제로 노역했다는 역사를 제대로 알리겠다”고 약속했다. 그 조치로 지난해 6월 도쿄에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설치했지만 “민족 차별도, 강제노동도 없었다”는 거짓 증언만 전시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올해 7월 일본의 약속 불이행을 지적하며 ‘강한 유감(strongly regret)’을 밝힌 바 있다.

사도 광산이 일본의 공식 후보로 결정된 것 자체로도 한일 관계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신각수 전 주일 대사는 “사도 광산이 새로운 외교 문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 정부가 최소한 군함도를 등재할 때 수준으로는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문재인 정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 정부가 일본과 대화를 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어 놓는 게 가장 중요한데 잘되고 있지 않다”면서 “사도 광산으로 한일 감정이 또 한번 악화되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사도 광산일본 니가타현 사도(佐渡)시에 있는 광산으로 에도 시대에는 금광으로 유명했다.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 발발 이후 일본은 이곳을 구리, 철, 아연 등 전쟁 물자 확보를 위한 광산으로 이용하면서 최소 1141명의 조선인을 강제동원해 노역을 시켰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