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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는 음악… “저작권-판권 사고 팔아요”

입력 | 2021-12-30 03:00:00

공연수익 줄고 美 세제개편에 밥 딜런-브루스 스피링스틴 등
60대 이상 노장 팝스타들, 거대 음반사 등에 판권 넘겨
국내선 음악 저작권 거래 표방… ‘뮤직카우’ 서비스 투자도 늘어
일부 “장밋빛 수익 환상은 무모”



음악 저작권이나 판권에 대한 거래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전설적 음악가 브루스 스프링스틴(왼쪽)과 밥 딜런(가운데)은 지난해와 올해 자신의 음악에 관한 권리를 거액에 팔아치웠다. 국내의 뮤직카우(홈 화면 일부·오른쪽)는 개인 간 거래도 가능한 저작권 수익 거래 플랫폼을 표방한다. 뉴시스·동아일보DB·휴대전화 화면 캡처


국내외에 음악 저작권과 판권 매매 바람이 심상치 않다.

‘Born to Run’ ‘Born in the U.S.A.’ 등으로 유명한 미국의 대표적 로커 브루스 스프링스틴(72)이 최근 소니뮤직에 자신의 모든 곡에 대한 권리를 넘겼다. 매매가는 약 5억5000만 달러(약 6525억 원)로 추정된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밥 딜런, 닐 영, 폴 사이먼(사이먼 앤드 가펑클), 스티비 닉스(플리트우드 맥), 지지 톱 등이 잇따라 거액에 전곡 판권을 팔아넘겼다. 매각 대상은 소니뮤직, 유니버설뮤직 등 거대 음반사들은 물론이고 권리 투자 전문회사까지 다양하다.

국내에서는 음악 저작권의 간접적 개인 간 거래를 표방한 ‘뮤직카우’ 같은 서비스가 주목을 받는다. 드라마, 영화 등을 다루는 ‘K콘텐츠 투자 플랫폼’을 기치로 내건 ‘펀더풀’도 성업 중이다. 감상이나 응원의 대상이던 음악과 문화 콘텐츠가 투자의 대상으로 떠오른 배경은 무엇일까.

○ 팬데믹, 미국 세제 개편 영향

해외 음악 권리 매각 러시의 주인공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60대 이상의 노장 스타들이라는 점이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 또는 북미 순회공연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콘서트 수익이 급감했다. 단번에 거액을 현금화할 수 있는 판권 매각은 이들에게 매혹적이다. 권리를 사들이는 투자사나 음반사 입장에서도 봉투를 열 동인은 있다.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복고나 향수 같은 트렌드가 빅데이터로 수치화되고 수익화되고 있다.

지난해 틱톡 패러디 열풍으로 빌보드 차트를 역주행한 미국 그룹 플리트우드 맥의 ‘Dreams’(1977년 발표), 근래 머라이어 캐리 못잖은 캐럴 역주행 신화를 쓰고 있는 브렌다 리의 ‘Rockin‘Around the Christmas Tree’(1958년 발표)가 그 예다.

이대화 대중음악 평론가는 “검색만 하면 바로 음악을 재생할 수 있는 시대에 신곡과 구곡의 시간차는 갈수록 무색해진다”면서 “좋은 곡이 가진 저작권의 잠재 가치가 장기적으로 상승하는 기류가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붐이 미국의 팝스타에게 집중되는 데도 이유가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세제 개혁 의지와도 얽혀 있다. 차우진 평론가는 “미국의 팝스타는 재벌급의 위치에 있다. 트럼프 행정부하에서 부자 감세 혜택을 누리던 이들이 바이든의 세제 개편을 앞두고 판권 현금화와 자산 운용 방식 변화를 향해 눈을 돌리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 저작권 주식처럼 거래, 투자 신중해야

최근 TV 광고도 하며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는 국내 회사 뮤직카우는 개념이 조금 다르다. 주식거래와 비슷한 형태로 개인 투자자들을 모았다. 음악에서 나오는 수익을 잘게 쪼개 서로 사고팔며 나눠 가지는 식이다. 뮤직카우에 따르면 이 플랫폼에서는 현재 아이유, 브레이브걸스 등의 노래가 1000개 정도 거래된다. 뮤직카우 관계자는 “서비스 출범(2018년 8월) 초기 특정 가수의 젊은 팬이 주로 유입됐지만 현재는 30, 40대 남성들로 투자자들이 옮겨 가고 있다”며 “기존과 다른 투자방식을 찾던 20, 30대는 일상과 결합된 음악이 매력으로 다가갔고, 최근에는 투자 목적을 앞세운 중년층도 가세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익에 대한 장밋빛 환상만 갖고 뛰어드는 것은 무모하다는 의견도 있다. 차우진 평론가는 “대중음악의 생애주기를 보면 곡의 발표 시점이 지나면 인기가 내려가는 게 일반적이다.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같은 역주행은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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