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재·보선과 6월 지방선거부터 출마할 수 있는 나이가 현재 만 25세에서 만 18세로 낮아진다. 만 18세면 고등학생도 국회의원이나 도지사 시장 군수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 통과 절차만 남은 피선거권 연령 하향은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73년 만이다. 이런 사안을 여야 대표가 언급한 지 50여 일, 정개특위 구성 20여 일 만에 쑥덕쑥덕 합작 처리했다. 내년 대선의 캐스팅보터로 떠오른 2030 청년층의 표심을 잡기 위해 서로 주판알을 튕긴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국회의원과 지방의원 등 각 선출직의 권한과 책임이 다르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들도 피선거권 연령이 제각각이다. 그런데도 일괄로 낮추는 게 타당한지, 차등을 둘 것인지, 해외 사례는 어떤지 등 면밀한 검토도 없이 헌법에 만 40세 이상으로 규정된 대통령 피선거권 연령만 놔두고 나머지는 ‘일괄 하향’으로 뚝딱 정리한 건 문제다.
청년층의 정치 참여 기회를 넓히자는 취지 자체를 깎아내릴 이유는 없다. 청년 세대는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 세대’,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까지 포기한 ‘5포 세대’를 넘어 모든 걸 포기한 ‘N포 세대’라는 자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들이 좀 더 일찍 정치에 참여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나아가 큰 정치인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길을 터줘야 한다.
여야는 이런 환경은 그대로 둔 채 “피선거권 만 18세 하향을 우리가 앞장서 추진했다” “이젠 고3 국회의원, 고3 시장 군수 시대가 열린다”며 생색만 내려 하는 것 같다. 꼰대 정치 청산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