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에 새 삶 선물한 스무살 청년 가족 “8월 건강검진하다 쓰러진 막내… 뇌사판정받고 심장-폐 등 장기기증 어디선가 살아있는 느낌 들어”
9월 6명에게 자신의 장기를 기증한 공화평 씨의 생전 모습. 공소영 씨 제공
“어딘가에서 동생의 심장이 지금도 뛰고 있다는 것이 가족들에게는 큰 위안이 됩니다.”
올해 8월 갑작스러운 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진 공화평 씨(20)는 9월 3일 심장과 폐, 간장, 췌장 등을 장기이식 대기자에게 기증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공 씨의 장기기증으로 6명이 새 삶을 얻었다. 최근 본보 기자와 통화한 공 씨의 누나 소영 씨(29)는 “동생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한 건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남 김해에 살던 공 씨는 8월 27일 건강검진을 위해 찾은 병원 화장실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병원에서는 구토하다가 토사물이 기도를 막은 것으로 추정했다. 대처가 늦어지면서 끝내 뇌사 판정을 받았다. 가족들은 막내의 죽음을 어렵게 받아들이고, 다른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결정을 하기로 했다. 공 씨의 가족들은 평소 장기기증이 필요하다는 신념을 갖고 일찌감치 부모님과 누나 3명 모두가 장기기증 희망자로 등록한 상태였다.
소영 씨는 “올해 여름방학에 가족들이 아무데도 놀러 가지 못한 채 화평이를 떠나보낸 것에 대해 특히 어머니가 마음 아파했다”면서 “그래도 2년 전 가족 여행에서 즐거웠던 추억으로 동생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영 씨는 “장기를 기증하고 떠난 동생을 생각하면 어디선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면서 “기증받은 분들이 계속 건강하시면 정말 기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내년 1월 3일부터 기증자 유가족과 이식 수혜자가 온라인으로 서신을 교환할 수 있는 ‘생명나눔 희망우체통’ 프로그램을 시작할 예정이다.
김윤이 기자 yun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