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수도 파리의 상징 센강은 1960년대에 생물학적으로 사망한 것으로 선언됐다. 홍수가 날 때만 되살아 났지만 강변의 자갈길 도로를 흙탕물로 뒤덮기 일쑤였다. 이후 하수처리가 강화되면서 수질이 일부 개선됐다. 그러나 수영은 1923년까지 금지돼 있다. 프랑스인 3분의 2 이상이 세느강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
그런 센강에서 2024년 파리 올림픽 개막식이 펼쳐진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리시가 올림픽을 맞아 센강을 “수도의 가장 아름다운 통로”이자 “무한대의 가능성을 가진” 국가적 기념비로 복원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센강 위에 각국 선수단을 태운 160척이 넘는 보트들이 강 위를 행진하는 한편 60만명의 관중들은 대주교다리와 에펠탑 사이의 강변도로에 마련된 스탠드에서 이들을 환영하게 된다. 또 야외 수영마라톤과 3종경기도 센강에서 펼쳐진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는 파리 시민들이 강에서 수영할 수 있게 된다.
파리시는 올림픽이 끝난 뒤 루브르박물관, 노트르담성당, 에펠탑 근처 등 관광 명소 지역과 교외 지역 일부를 수영 가능지역으로 지정할 계획이다.
1900년 파리에서 처음 올림픽이 개최됐을 당시 수영 경기는 당연히 센강에서 펼쳐졌다. 이후 촬영된 사진에는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에펄 탑 앞에서 강으로 뛰어든 뒤 낡은 매트리스를 타고 강을 따라 떠내려가는 장면도 있다.
그러나 산업화와 급속한 경제발전, 인구증가로 센강은 악취를 뿜는 대도시의 하수구로 전락했다. 센강의 명성은 강물에 비치는 에펠탑과 노트르담성당의 그림자가 간신히 지탱했다. 수십년 동안 물고기 한마리 살지 못했다.
1990년대 자크 시라크 파리시장은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센강에서 수영할 것”이라고 장담하며 정화를 약속했지만 비웃음만 샀다.
지난 40년 사이 센강에 서식하는 물고기 종류가 10배 늘었다. 유럽연합(EU)의 엄격한 수질관리 기준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당국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1970년대 프랑스의 하수처리율은 70%에 불과했다. 1980년대까지 파리 시당국은 사람의 배설물 처리에만 집중했다. 물속의 산소를 제거하는 인과 같은 화학물질은 무시됐다.
그러나 1990년대초부터 규제가 강화되고 새로운 하수처리 시설이 건설되면서 하수처리용량이 늘어나고 각종 공해물질도 걸러낼 수 있게 됐다.
현재 파리의 하수처리율은 99%에 달해 수영해도 안전한 날이 많아졌다. 지난해 9월 수백갤런의 독성 하수가 파리 동부의 시멘트 공장에서 유출된 사건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효과를 내더라도 EU의 규제가 강화되면 센강은 수영할 수 있는 강이 못될 수도 있다.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올림픽 수영 경기를 치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에 대해 “수영 경기에 적합한 수질은 일상적 수영의 수질과는 다르다”고 반박해 공중 수영시설 관리기준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올해 도쿄올림픽에서도 하수와 공해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대회를 개최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 당국은 최종적으로 세느강을 EU 기준에 따라 수영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달고 파리 시장의 아들인 스무살 청년 아서 제르맹은 지난해 여름 특별허가를 받아 프랑스 동북부의 센강 발원지에서 영불해협까지 약 772km를 수영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