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김민우가 생애 처음 겪은 일이 많은 해다. 프로에 데뷔하고 목표로 삼은 규정이닝(144) 투구를 처음 달성했다. 155와 3분의 1이닝 동안 마운드를 지켰다. 데뷔 후 첫 두 자리 수 승리를 거둔 것은 물론, 전반기에만 9승을 거둬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올림픽 무대에 섰다. 시즌 막판 첫 아이도 품에 안았다.
‘인생시즌’을 보낸 요인으로 김민우는 결핍을 꼽았다. 2015년 2차 1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그는 한화 출신의 류현진(34·토론토)과 키(189㎝·류현진은 190㎝), 두툼한 상체 등이 닮아 ‘우완 류현진’으로 불리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어깨부상 등으로 수년 동안 잠재력을 못 터뜨렸다. 그랬던 그가 지난해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며 처음으로 투구이닝이 100을 넘더니 132와 3분의 2이닝에 이르렀다. 기세를 몰아 ‘규정이닝 이상’을 꿈꾸며 시즌 완주를 노렸지만 감독대행이던 최원호 한화 퓨처스 감독이 그를 멈춰 세웠다.
멘털도 강해졌다. 과거 같으면 대량실점으로 이어질 위기상황을 올해 여러 번 극복했다. 김민우는 “가령 ‘1사 만루’ 상황이 나만 부담이 아니라 타자도 부담될 거라는 생각을 했다. 타점을 못 내면 안 되니까. 어차피 둘 다 벼랑 끝이니 ‘한 번 붙어보자’는 마음으로 던졌다”고 말했다. 싸워서 이길 무기를 장착하기 위해 평소 뛰어나다고 평가받던 포크볼을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법을 연구했다. 그간의 노력들이 올해 한꺼번에 빛을 봤다.
보름 전 웨이트 트레이닝, 캐치볼 등을 하며 새 시즌 준비도 시작했다. 새해가 밝으면 한화 스프링캠프가 열릴 경남 거제에서 담금질에 들어갈 계획이다. 올해보다 1승을 더하면 자타공인 ‘에이스’(15승 투수)도 눈앞이다. 올해 마지막 등판(10월 26일 LG전)에서 7이닝 3실점으로 호투했지만 못 이룬 1승은 새 시즌을 이 악물고 준비하게 하는 새로운 결핍이다.
“잘해야지요. (아이가 생겼으니) 연봉도 많이 받아야 돼요.” 앞으로 야구를 잘 해야 하는 현실적 이유를 덧붙이며 김민우는 씩 웃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