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본부 조합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CJ그룹 본사 앞에서 열린 ‘CJ대한통운 총파업대회’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방지를 위한 사회적 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12.29/뉴스1 © News1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조가 28일부터 또다시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면서 택배 소비자는 물론, 정부와 업계의 여론이 싸늘하게 식고 있다. 코로나19로 택배의존도가 높아진 연말을 골라 올해 4번째 파업을 단행한 것 자체가 이익단체의 ‘갑질’로 변질됐다는 평가다.
정부도 명분이 약한 택배파업엔 선을 긋고 있어 파업이 장기화할수록 전체 7~8% 수준인 소수노조의 한계만 드러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선 파업업체의 물류차질도 3~5% 수준에 불과한 데다 소핑몰 등 대형 소비자의 선택지도 다양해진 만큼 물류마찰이 빈번한 택배노조 대신 거래처를 교체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30일 정부와 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을 대상으로 택배요금 인상분 분배 미흡과 표준계약서 내 과로유발 합의서 등을 이유로 3일째 파업을 진행 중이다.
업계 추산으론 이번 파업으로 신규물량 접수를 중단한 대리점을 포함해 배송지연이 예상되는 대리점의 수는 약 92개로 파악됐다. CJ대한통운 전체 대리점 2000개 가운데 4.6% 수준이다. 일평균 950만개의 택배물량 중 파업으로 약 5% 수준인 50만개 택배의 배송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 경우 줄곧 노사정 협의를 주선했던 정부는 이번 파업엔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파업은 택배근로자의 처우개선보단 이익확대가 중점인 데다, 단일업체의 노사 문제”라며 “정부가 개입하기보다 내부적으로 풀어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선 올해 4차례나 파업을 단행한 택배노조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택배노조가 택배 노동자의과로사 방지를 위해 마련된 인상요금 중 처우개선에 쓰고 남은 돈을 자신들의 임금에 보태라고 하는 건데 이미 택배비 인상분의 50%를 보태고 있고, CJ대한통운의 처우는 다른 택배사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완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이 지난 9월 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서비스연맹에서 대리점 소장 사망에 대한 전국 택배노조의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021.9.2/뉴스1 © News1
이에 따라 일각에선 전체 택배기사에 7~8%에 불과한 ‘신생’ 택배노조가 내년 대선 전 ‘입지강화’를 위해 무리한 파업일정을 앞세우는 다른 노조의 행보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택배노조의 파업엔 쇼핑몰 등 대규모 물량을 계약한 업체는 물론, 개인 소비자도 크게 분개하고 있다.
한 소비자는 “택배노조의 갑질 아닌 갑질로 택배 대리점주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지 불과 몇 개월이 지났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추석, 설, 연말 등 코로나로 가장 바쁘고 다급한 시기만 골라 파업을 하는 것은 아무리 목적이 정당해도 그 ‘꼼수’는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택배업계도 비노조 택배사업자와 잦은 마찰을 빚고 있는 ‘8% 노조’에 비판적이다. 한 택배기사는 “명분도 약하고 이유도 모르겠다”며 “내부적으로도 집행부가 주도해서 투표는 했지만 들러리가 되는 것 같다는 노조원의 이야기도 들었다”고 귀띔했다.
한편 CJ대한통운 측은 배송예정일보다 택배배송이 1~2일 늦어지는 것으로 파악하고 우선 전국 대리점 사장과 가족, 대체인원 등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현재 약 2만3000명이 비상상황에 대응 중이다.
(세종=뉴스1)